추석을 보름여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선물 준비에 고심하고 있다. 추석선물 우선순위 중에는 지역 농산물을 비롯하여 와인과 함께 전통주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한 주류회사에서 출시한 ○○ 청주도 광고 역량인지 추석 선물 목록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수제로 만든 우리 전통 청주'라는 수식어 뒤에 "최고 품질 쌀을 52%나 깎아내고 특수효모로 장기간 저온 발효"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대부분 '수제'니 '특수'니, '장기간'이니 하는 단어에 소비자들로서는 '그냥 좋은 건가 보다'라고 무심히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 전통 청주가 아닌 일본 사케라고 함이 마땅하다.
'특수 효모'라는 정보만을 가지고는 과연 어떻게 빚어냈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상세한 설명이 없어 우리 전통방식인 생(生)전분에 자연배양법을 쓴 누룩이 아닌 혹여 인공접종한 일본식 배양 효모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들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쌀을 52%나 깎아냈다는 것인데, 우리 전통 술은 쌀을 깎아내지 않는다. 우리는 밥 지을 때 쓰는 쌀을 술 빚을 때도 그대로 쓴다. 즉, 우리 전통술은 쌀에 있는 전분뿐만이 아니라 단백질, 지질, 무기질 등 모든 것을 그대로 안고 간다.
그러나 일본 사케는 다르다. 보통 쌀을 30% 내외에서 심지어는 70%까지 깎아낸다. 이처럼 일본은, 술을 빚을 때 쓰는 쌀은 밥 지을 때와는 달리 쌀에 있는 전분만을 쓴다. 그래서 양주용 일본쌀은 생김새에 있어서는 아주 조그마하고 동글동글하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와 일본은 같은 곡식으로 술을 빚기는 하지만 술맛은 전혀 달라진다. 우리 전통술은 단백질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안고 가는 대신 산패할 위험도 높지만, 맛에 있어서는 단연 오묘하다.
돌아서려 하지만 혀를 감아올리는 감칠맛, 언뜻언뜻 쓴맛, 모를 듯 적시는 신맛, 잔을 놓기 전에 혀를 조이는 매운맛, 그리고 고개를 약간 기울이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짠맛도 있다. 바로 우리 술을 제대로 빚었을 때 느끼는 오미(五味)이다. 그러나 쌀을 확 깎아내어 전분만을 취했을 때 낼 수 있는 사케가 가지는 맛은 서리같이 베어내는 칼 같은 깔끔함이다.
우리 술과 일본 사케는 아주 같지만, 참 다르다. 이번 추석에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여러 가지 술들이 상에 오르겠지만 바르게 알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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