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남소연
장관님은 취임 후 10여일째를 맞고 계십니다. 솔직히 눈에 크게 띄는 행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눈길 끄는 일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지난 14일 전국 부교육감회의입니다. 그 자리에서 장관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미복직 전임자와 조퇴투쟁 집회 참여 교사들을 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해 달라고 시·도교육청에 요구하셨더군요. 모두가 전교조와 관련된 휘발성 강한 사안들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긴급하게' 발언하신 것으로 보면 되겠지요.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장관님은 여러 교육 현안에 대해 무척 말을 아끼고 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업무 공백의 장기화를 걱정한 교육부의 설명을 고려할 때, 장관님의 행보는 한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장관님은 한가하게 보낼 때가 아닌데 말입니다. 구성원간 첨예한 갈등의 현장이 된 상지대 사태가 목전에 펼쳐지고 있어서입니다.
보고를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사학 비리 1호'의 오명을 안고 있는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이 지난 14일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선임·의결됐습니다. 한 자리에 불러모은 전국 부교육감들에게 장관님이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신 날이었지요.
상지대는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사학 비리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장기 사학 분규의 대표 본보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상지대 총학생회는 지금 김 전 이사장의 상지대 총장 취임에 반발해 총장실을 점거·농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는 김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지요.
장관님, 이들은 왜 그렇게 거세게 반발할까요.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김 전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0년대 초반 '사학 비리 1호'로 옥살이까지 한 전과자입니다. 입학 부정 등의 혐의였습니다. 교육자로 활동하기에는 도덕적인 흠결이 너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교육부 산하 위원회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서조차 비리 당사자인 점이 문제가 돼 상지대 정이사로 적절치 않다며 거부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상지대 이사가 된 것도 모자라 이사회 만장일치로 총장에 선출되어 취임한 것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데 상지대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교육부의 '뒷짐', 혹은 짐작컨대 장관님의 '무관심'(?) 같은 게 큰 구실을 한 것 같습니다. 예의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상지대 이사회가 김문기 전 이사장을 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힌 것은 지난 7월 2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기자-김문기 전 이사장의 이사 선임과 관련하여) 임원 취임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 그때 가서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손을 놓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8월 초에 김문기 전 이사장 차남이 총장에서 사퇴했다는 상지대 재단 쪽 구두보고를 받은 뒤에도 상지대에 총장 사직서 등의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현행 사립학교법이 사학재단의 임원(이사) 취임,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의 총장 취임 시 교육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는 점을 아시는지요.
상지대는 지난 1년간 '임원 간 분쟁' 상태에 있었다고도 합니다. 채영복 전 이사장 등 구성원과 교육부 추천 이사들이 올해 3월까지 김문기 전 이사장 쪽에서 추천한 이사들과 갈등하면서 총장을 1년 넘게 뽑지 못했기 때문이라지요. 재단 이사회가 임원 간 분쟁 상태에 있으면 교육부는 이사를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거나 행정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상지대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껏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관님 휘하의 교육부 관료들은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요.
적어도 상지대 문제에 관한 한 교육부, 나아가 장관님의 '한가한'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바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지난 7월 24일, 저는 이곳 <오마이뉴스>에
'교육부장관 황우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장관님의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이 사학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 및 파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한 글이었습니다.
사학 수호 5걸 중 하나로 선정된 황우여 장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