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평민열전>(지은이 허경진 / 펴낸곳 알마 출판사/2014년 8월 11일 / 값 2만 2000원)
임윤수
<조선평민열전>(지은이 허경진/펴낸곳 알마 출판사)은 조선 시대에 각양각색의 삶을 살던 136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부류별로 뭉툭뭉툭 정리해 엮은 내용입니다.
열전에서 싣고 있는 사람은 시인(40), 화가(8), 서예(4), 의원(10), 역관(9), 천문학자(1), 출판(3), 의협(12), 처사·선비(9), 바둑(5), 충렬(10), 장인(1), 효자(10), 효녀(3), 열부·열녀(7), 기생·공녀가 4명으로 총 136명입니다.
열전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김홍도나 장승업과 같은 화가,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기생 황진이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았을지언정 신분상으로는 내세울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과 관련한 일화이자 그들이 살아가면서 남긴 흔적들입니다.
김응립金應立은 영남의 천민이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지만, 영남에선 신통한 의원으로 이름났다. 그의 의술은 맥을 짚어보지 않고 증세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형태를 보고 얼굴색만 살피고도 그 병의 빌미를 알아냈다. 그가 처방을 내린 약은 흔히 쓰이는 약재가 아니었다. -<조선평민열전> 226쪽-
왕이나 명성이 자자한 권신들이 살던 삶은 너무나 권위적이고 위선적이어서 쉬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삶은 백성(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역사적 사실로는 받아들이지만, 살아가는 모습으로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황진이가 끝까지 품지 못한 남자, 화담 서경덕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평민 136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집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일상적인 이야기,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자 운창이 바둑돌을 내려놓았는데 당당하게 완벽한 수를 내놓았다. 포위하는 것은 성채 같고 끊는 것은 창끝 같았으며 세우는 것은 지팡이를 짚은 것 같고 합치는 것은 바느질한 것 같았다. 응하는 것은 쇠북 같고 우뚝 솟은 것은 봉우리 같았으며 덮은 것은 그물 같고 비추는 것은 봉홧불 같았다. 함정에 빠트리는 것은 도끼 구멍에 끼우는 것 같고 변화하는 것은 용 같았으며 모이는 것은 벌 같았다. 김종기는 땀이 흘러 이마를 적셨지만 당해낼 수가 없었다. -<조선평민열전> 384쪽그는 평생 화담 선생의 사람됨을 사모했다. 거문고와 술을 가지고 화담의 농막에 가서 한껏 즐긴 다음에야 떠났다. 진이는 늘 "지존선사知足禪師가 삼십 년이나 벽만 바라보고 수행했지만 내가 그의 지조를 꺾었다. 오직 화담 선생만은 여러 해를 가깝게 지냈지만 끝내 관계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성인이다"라고 말했다. -<조선평민열전> 495쪽-위 글은 혼자서 바둑을 터득한 정운창이 정승 김종기와 바둑을 두는 모습과 황진이에 대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조선 화류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명기 황진이는 비록 농담이긴 하지만 박연폭포와 화담 서경덕 그리고 자신을 '송도 삼절三絶'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