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씨의 카카오톡. '마감'이란 알림말이 쓰여있다.
김지혜
그러나 회사는 이 제도를 밀어붙이며 직원들의 동의서를 일일이 받았다. "윗사람들이 내려와서 서명하라는데 반대 서명하기는 불가능", "마치 공산당 투표 같았다"는 것이 직원들의 전언이다.
노씨의 경우 작년 영업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영업BEP까지 도입되면서 심적 스트레스는 더해갔다. 특히 회사는 소장펀드, 퇴직연금상품 등 각종 캠페인을 벌이며 업무 할당량을 정해놓고 영업직원들을 압박했다. 회사는 아침, 저녁으로 실적을 확인했고, 직원들은 하루 목표치, 언제까지 영업실적을 달성할지 계획서를 써내기까지 했다.
그러는 와중에 실적이 떨어진 노씨는 결국 2월 급여가 깎였다. 낙심한 그에게 동료들은 "분기에 실적 평균을 넘기면 한 두달 깎여도 만회가 되니 남은 기간 동안 채워보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3월 28일 금요일. 월말이었다. 노씨는 그 달도 실적이 모자랐다. 그날 아침에도 본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월말이니 내일까지 실적을 채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오후 3시 30분께. 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노씨는 친한 동료 A씨의 방에 찾아갔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노씨는 "1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A씨는 "너무 큰돈이어서 힘들 것 같다고 했는데 (노씨가) 왜 그 돈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담배 한 대를 피우겠다며 사무실을 나간 그는 4시께 2층 회사 비상계단에서 목을 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