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의 밥상이다
조찬현
까실까실한 호박잎 쌈 식당이 위치한 곳은 광양의 구도심이다. 세월도 멈춰선 듯 골목길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빈 가게가 유난히 눈에 띈다.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압력 솥단지가 콧김을 뿜어내고 있다. 허름한 외관에 비해 식당의 실내는 비교적 깔끔하다.
생우럭이 준비 돼 있다고 해서 우럭매운탕을 주문했다. 할머니는 "아침 재래시장에 갔는데 여름철이라 생선 식재료가 마뜩찮다"고 했다. 매운탕에는 우럭과 깔따구(농어 새끼)가 들어가 있었다.
상이 차려졌다.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메뉴가 있다. 호박잎 쌈이다. 양념한 멸치젓에 까실한 호박잎 쌈은 입맛을 사로잡을 만했다. 오이 나물과 멸치볶음, 새우꽈리고추볶음 등의 반찬들도 입에 착착 붙는다. 옛 시절의 소박한 계란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