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홍성담 작)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 작가가 작품을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가 유보됐다. 광주비엔날레는 8일 오후 회의렬 거쳐 홍 화백의 작품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소중한, 전대신문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일본 오키나와의 작가들이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유보에 항의해 비엔날레에서 철수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러한 성명을 보내온 일본 작가들은 사키마 미치오(사키마 미술관 관장)를 비롯해 히가 토요미츠, 킨조 미츠루, 우에하라 세이유(화랑 오키나와 대표) 등이다. 만약 이들이 추가로 작품을 철수할 경우, 사키마 미술관 측이 대여해 주기로 한 독일 여성주의 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비롯 많은 작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사실상 광주 비엔날레의 특별전이 큰 타격을 받는 셈이다.
한편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 전시가 유보됐다. 이후 10일 윤범모 책임큐레이터가 사퇴하고 11일 이윤엽, 홍성민, 정창영 등 일부 참여 작가들이 작품을 철수한 바 있다.
일본 참여작가들도 "예술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순 없다"사키마 미치오 관장과 히가 토요미츠, 킨조 미츠루 등은 12일 광주비엔날레 측에 보낸 메시지에서 "특별전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 책임 큐레이터 윤범모씨의 기획을 존중하고, 홍성담씨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대로 진행된다면 전시회의 이념이 무너진 광주비엔날레에 우리가 참여할 의미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광주의 광주민중항쟁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쟁, 강요된 미군 기지와 마찬가지로 거듭 되새겨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예술은 그런 문제를 정치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며 따라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래는 오키나와에서 보내온 일본 작가들의 메시지 전문이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 오키나와에서의 메시지사키마 미치오와 오키나와의 미술 관계자들은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했었습니다. 그 때 '예술의 힘'을 통해 광주의 깊은 상처를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광주정신'을 만나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은 현실사회와 대치하는 홍성담 (2005년), 이윤엽 (2011년), 정주하 (2013년) 등 한국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오키나와와 한국의 문화적 관계를 쌓아 왔습니다.
2014년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가 2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 기념 특별 프로젝트의 주제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는 '국가폭력에 대한 기억과 증언 또는 저항 정신을 내포하면서 그 저항정신과 상처에 대한 치유의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을 한국 내외의 중요 작가 47명으로 구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씨께서 오키나와의 세 명 작가, 킨죠 미노루, 히가 토요미츠, 킨죠 미츠루와 사키마 미술관의 소장품에서 케테 콜비츠 작품의 대여를 요청한 것은 우리에게는 가슴 뛰는 기쁨이었습니다. 전시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큰 기대를 가지고 8월 초순부터 광주를 방문하여, 설치 작업을 마치고 10일 귀국했습니다. 그 직후 홍성담 작품의 전시 불가 결정에 따른 윤범모씨의 사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광주의 '광주 민중항쟁'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쟁'과 '강요된 미군 기지'와 마찬가지로 거듭 되새겨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그러한 문제를 정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특별전의 원래 취지로 되돌아가 책임큐레이터 윤범모씨의 기획을 존중하고 홍성담씨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우리는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시회의 이념이 무너져 가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에 오키나와에서 우리가 참여할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2014년 8월 11일광주비엔날레 오키나와 관계자
대표 사키마 미치오, 히가 토요미츠, 킨조 미츠루, 우에하라 세이유, 오나가 나오키오키나와 작가들의 메시지를 번역하고, 이를 전달한 이나바 마이 광운대 교수는 한국의 '민중미술'과 '현실참여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미술 비평가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와 12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과 심경을 들어봤다.
- 작품 철수와 관련, 정해진 일정은 없나?"오키나와 작가들의 입장은 "철수할 수도 있다"이다. 정확한 일정은 아직 못 들었다."
- 일단 작품 철수의 뜻을 전했고, 미술관 측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건가?"그렇다. 성명에도 밝혔지만 (책임 큐레이터) 윤범모 선생의 원래 취지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와 같은 액션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 당신은 이번 특별전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측에 하고 싶은 말은?"원상복귀를 원한다. 일단 윤범모 선생이 사퇴를 했지만 비엔날레 측에서 이를 정식으로 받아들였는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작가들은 작품을 철수했다. 참여작가들이 이번 사태 때문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비엔날레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전시를 이어 왔는지 비엔날레 측이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내 그림이 걸려 있는 게 부끄럽다"... 작품철수 결정한 이윤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