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에 대한 여러가지 아쉬움

등록 2014.08.10 14:37수정 2014.08.10 16:35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드디어 내가 보았던 군도의 총관객수를 앞지르고 날마다 새롭게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도 말이 많기도 한 영화 '명량'을 보았다. 이번에도 한국영화 특히 역사영화를 잘 보지 않는 딸아이가 함께 관람해주었다.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볼 수도 있지만, 혼자라서 어쩌면 자유스럽기도 할 터이지만 딸의 입장에서는 중년의 아줌마가 대부분 가족단위로 보는 흥행대박의 영화를 보기 위해 혼자 영화관에 가는 모습이 별로 안 좋은 모양이다.

미리 예매하고 들어간 상영관에는 정말 70대쯤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었고, 초등학생도 있었다. 과히 대국민적인 영화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시작은 전통문화를 공부하고 그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내 구미에 맞게 지도가 펼쳐지고, 전쟁의 과정을 궁서체로 알리는게 좋았다. 딸이 소근거리며 말했다

"이 영화 딱 엄마 스타일이네! "

초반에 이순신장군과 휘하군인들이 회의를 할 때 내막을 몰라 좀 궁금했으나 아이가 손바닥에 논쟁이 되는 회의내용을 몇 자 써주었다. 그리고 왜군들이 초반부에 나오면서 자막이 많이 나오기 시작해서 별로 불편함 없이 보았다.

그러나 영화가 전개되면서 고뇌하는 이순신의 모습이 나왔다.  그런데 내심 기대하고 있던 장면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기대하고 있었던 장면은 그 유명한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시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하는 교과서에도 나오고 많은 서예인들이 작품으로도 하는 시조를 읊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내가 기대한 것은 그 혼란한 전란의 와중에서도 매일 성찰하는 자세로 그 유명한 난중일기를 적어가는 장면이었다. 난중일기를 적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드러나기를 바랐는데 난중일기 대신 아들과의 대화에서 심리가 드러난 것으로 표현되었다.

아들과의 대화를 듣지 못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영화 대부분 픽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나 혼자 섣불리 기대를 했었건지도 모른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사는 이야기를 통해서 희노애락을 적는 현재의 우리와, 고뇌중이면서도 난중일기를 작성한 그와의 공통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나 다른 영화에서 장군이 전쟁에서 싸우는 대의를 임금과 나라에 대한 충성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백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백성들은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읽고 위기에 빠진 이순신을 구하였다.

이러한 백성을 위주로 한 그 공감대가 아마도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을 관람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유명한 거북선이 불태워지는 장면은 안타깝기 보다 아쉬웠다. 나는 이순신 하면 거북선이고 거북선 용머리에서 나오는 화포에 왜선이 침몰하는 장쾌한 장면을 보고 싶었던지 모른다. 영화가 울돌목전쟁으로 접어 들면서 육박전이 벌어지고 충돌하면서 긴박감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서른 살 딸이 물었다.

"엄마 아무리 영화지만 어떻게 부딪쳤다고 해서 일본배들이 그렇게 쉽게 부서지나? 이순신 장군이 전술에 뛰어난 것은 알겠지만 너무 쉽게 박살나더라."

"그건 나무재질 차이때문일꺼야! 우리나라에서 자란 나무들하고 일본땅에서 자란 나무들의 강도차이가 크고, 배를 만들때도 우리는 원목들을 짜맞출때 못을 사용하지 않지만, 왜선은 소금물에 젖으면 녹스는 철못을 사용했거든. 그리고 화포사용의 차이도 그렇고..."

"엄마 덕분에 임진왜란과 이순신 아저씨에 대해 좀 관심이 생겼어. 영어강의하는 내가 언제 이런 역사를 되새겨보겠어?"

"아 나는 재미있었으면 친구하고 다시 한 번 더 볼작정으로 왔는데, 두 번 볼 영화는 아니더라... 아마 엄마가 이 영화를 너무 기대해서 좀 아쉬운 게 있었나 보지."

솔직히 나는 관객수가 명량보다 훨씬 떨어졌다는 군도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군도는 픽션이기라기보다 약간의 픽션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에 가까웠기 때문에 코믹한 장면도 많았고 카타르시스적인 요소도 내게 와 닿았다.

그러나 명량은 대부분이 픽션이고 약간만 논픽션이었는데 그 픽션에서 이순신 하면 절로 떠오르는 몇 개가 빠져서 아쉬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는 느낌도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영화가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주변사람들에게 내가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썩 괜찮으면 "이 영화가 보세요"하는 말을 잘한다. 그러나 명량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옛날에 이순신 장군영화를 보았을때는 함포에 왜선이 침몰할때는 극장안에서 사람들이 함성도 지르고 박수도 치며 신나했다. 그런데 <명량>을 볼때는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것일까? 나말고 사람들은 좋다고 천만명가까이 본다는데 왜 신나는 박수를 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자꾸 사람들이 이 영화에 몰려드는 것이 참 신기하다.

어쨌든 <명량>은 내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이순신 장군의 픽션이 기대한 대로 안 나온 것도 아쉬웠지만, 영화 시작때 전쟁의 기록이 자막으로 나오고 왜군들의 대사가 자막으로 그렇게 잘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모든 대사를 자막으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수백억 원 들여 만드는 영화인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우리나라 농아인,청각장애인, 난청인 몇 백만 명도 거의 다 보지 않았을까? 그러면 <명량>은 새로운 신기록이 더 생겼을텐데 말이다.

이정현이 말을 잘 못하는 장애인으로 애절한 연기를 하였는데... 필요할 때는 장애인을 쓰면서도 정작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더더욱 아쉬웠다.
#명량 #청각장애인식개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과의 소통 그리고 숨 고르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