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마자 서준이 녀석은 자기 방임을 확실히 하는 영역표시를 했습니다. 기저귀, 이브자리, 가방, 옷가지들, 탈것, 밀것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다 늘어놓고 영역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김학현
제 서재를 녀석에게 내 준 터라 제 방이 서준이 모자의 방이 되었습니다. 오자마자 서준이 녀석은 자기 방임을 확실히 하는 조처(?)를 취했습니다. 일종의 영역표시죠. 기저귀, 이브자리, 가방, 옷가지들, 탈것, 밀것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다 늘어놓고 영역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일하다가 쉴 때면 잠깐 눕는 제 침대 위에도 서준이 깔개가 놓였습니다. 그 옆에선 사위와 딸이 번갈아가며 서준이와 나란히 누워 영역표시를 합니다. 방바닥에도 서준이 이부자리, 옷들 그리고 이런저런 소지품들, 대부분 녀석의 존재감 가득한 물건들이 자리를 턱 하니 차지하고 요지부동입니다.
거실로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흔들의자, 또 다른 깔개, 목욕 후 몸에 바르는 로션, 오일, 영양크림, 발진크림(예전엔 파우더를 발라줬었는데 미세먼지를 염려하여 발진크림으로 바뀌었다고 딸이 귀띔해 주네요)이나 기저귀, 마른 티슈, 가제수건, 손톱깎이 등이 담긴 바구니가 탁자 위에 덩그러니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안방은 또 어떤 줄 아세요. 그곳도 예외가 아니랍니다. 녀석이 낮잠을 자는 낮 침실로 내어줬습니다. 서재와 거실이 성인들의 활동 공간인지라, 낮잠을 자는 고귀한 녀석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한 안방을 낮 동안의 침실로 내준 것이랍니다. 그러니 우리 부부의 침대 위에도 녀석의 깔개가 또 하나 깔려 있습니다.
그럼 자동차는 어떨까요. 역시나입니다. 차 트렁크에는 손자 녀석의 외출 시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유모차가 들어 앉아 있습니다. 운전석 뒷좌석에는 어린아이용 카시트를 겸한 유모차 이동의자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