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박물관 내부
변종만
철길을 따라 좌우로 아카시아꽃과 밀밭이 이어지는 도로를 끝없이 달리는데 주위에서 산과 파란색 하늘을 볼 수 없다. 황사가 오죽 심하면 이곳 아이들은 하늘을 하얀색으로 그린단다. 5시간여를 달려 중국 고대국가 은나라의 수도였던 하남성 안양에 도착했다. 안양은 주나라 문왕이 주역을 발전시킨 곳이고, 세계 최초 문자 중 하나인 갑골문자의 고향으로 문자의 성지이다. 이곳에 세계 최초로 문자를 테마로 2009년 11월에 개관한 중국 문자박물관이 있다.
갑골문은 거북 등껍질(甲)이나 짐승의 뼈(骨)에 새겨진 글로 청나라 말기 학질에 걸린 왕의영 덕분에 알려졌다. 금석학 전문가였던 왕의영은 학질에 특효라는 짐승의 뼛조각(용골)을 구하게 되는데 뼛조각에 새겨진 부호들이 고대의 문자임을 알게 된다. 갑골문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자박물관의 랜드 마크처럼 상징적 건물의 하나인 자방(字坊)은 높이 18.8m·너비 10m로 '字(자)'를 본떠 만들었다. 갑골문과 한자 발전사를 통해 중국이 세계 문자문명의 중심지임을 알리는 32.5m 높이의 문자박물관은 금빛을 내며 주위 환경과 잘 어우러진다. 본관으로 통하는 길 양측에는 구리로 만든 갑골편28쪽이 비림을 이루고 있다.
문자박물관은 중국 민족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인 중국문자와 관련된 문화유물의 보존과 전시, 연구를 통해 중국문화를 전파하고 중국인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중국 정부에서 건립했다. 진열품에서 한자의 기원·발전과 변천의 과정을 엿볼 수 있고, 안양의 인쉬갑골문 발견·발굴과 연구 과정이 한눈에 나타난다. 중국문자는 우리의 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한자를 소개하는 조선문(朝鮮文) 코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