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센터 후문 맞은편에 걸려 있는 노조의 현수막이다. 그 뒤로 노조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임시 비닐 텐트의 모습이 보인다.
고동완
케이블TV 태동 때부터 20년 경력을 갖고 있는 김영수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장은 "한 달에 250만 원, 아니면 280만 원에 계약을 하지만, 자비로 지출하는 기름값과 식대 등을 모두 빼고 나면 2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들은 하청인 협력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소속된 탓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신세였다. 그나마 노조가 설립된 지난해 협력업체와의 협상을 통해서, 협력업체 소속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직원으로 전환됐다.
이들 대부분은 원래 씨앤앰 소속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2007년 맥쿼리와 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을 인수하기 전 본사는 A/S와 설치를 담당하는 기술 직군을 아웃소싱했다. 당시 팀장들이 아웃소싱한 협력업체의 사장이 되고, 본사에 속해 있던 기사들은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등급을 매길 평가지표가 하달됐다. 씨앤앰은 협력업체로 내려보낼 예산을 한정 책정한 뒤 가입자 유치 실적과 근무 태도 등 평가에 따라 A~D 등급을 매겨 A등급은 지원 금액을 5%로 올리고, D등급은 금액을 10% 삭감했다. 또 D등급을 연속 세 번 받는 협력업체에 대해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까지 마련했다.
김 지부장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라며 "협력업체는 D를 맞지 않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노조가 설립되자 'D등급 네 번에 일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두루뭉술한 문구로 완화는 됐지만 역시나 쥐어짜기"라고 했다.
한정된 파이 안에서 생존의 문제가 걸린 협력업체들은 소속 기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여갔다. 씨앤앰은 '평가'란 무기를 쥐면서 기사들 처우는 나 몰라라 했다.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당은 올라가기는커녕 동결되거나 삭감됐다.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마이너스 봉급이었다.
노조의 이정행 대경넥스지회장은 케이블 업계에 13년 몸담았으나 사측의 계약해지로 협력업체가 문을 닫아서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업무는 많아지는데 수당 단가는 계속 내려갔다"며 "예를 들어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면 600원 받던 것을 400원으로 내리고, 설치 수당도 줄여나갔다"고 밝혔다. 가입자 유치 경쟁에 따라 정상 수신료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손해를 본 부분은 일선 기사들의 수당을 인하해 벌충한 것이다.
25년 경력에 57세로 노조 조합원 중 최고령인 김용배 비정규직 노조 부지부장은 "25년 일해도 임금이 250만 원도 안 된다"면서 "아웃소싱되더니 (기사들의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사측의 감시가 이뤄졌다, 또 모여서 커피 마시는 것도 지적하는 등 계속 일만 하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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