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한 농사의 도
민들레
흙을 가꾸는 농사를 통해서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했다는 사례들을 언론이나 자서전 또는 주변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몸을 회복하고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마음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이 주는 축복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농사를 또 하나의 우주세계라고 생각한다. 밭에서 흙을 만지고 작물을 보살피는 것 말고도, 이름도 모르는 여러 풀과 곤충들을 보고 있으면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수시로 한다. 저렇게 다양한 생김새의 생명들을 한 곳에서 무수하게 만날 수 있다. 우주여행이 아니라면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는가?
'농사의 도'를 펼치는 순간도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농사의 도'는 노자의 도덕경 중에서 81장을 농사라는 주제로 다시 풀어 쓴 책이다.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으로 아예 들여다 볼 생각도 못했던 도덕경이었다. 하지만 농사에 대한 81편의 글은 시처럼 짧지만 인류가 살아가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데 울림이 될 만한 가르침에 하나도 어긋난 것이 없다.
자연은 굴복할 줄 안다.부드러운 것은 단단한 것에길을 내어주고,물은 모든 것에 자신을 굽힌다.농사를 짓자면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더 좋을 때가 있다.어떨 때는 그냥 놔 버리는 것이 더 낫다.
그것은,자연으로 하여금 제 길을 가게 하고자연스런 방식으로논밭을 일구는 것이기도 하다.- 69장, 자연에 굴복함 중 일부분 -'나만 아니면 된다'는 복불복 사회쌀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정부 때문에 우리들의 밥줄을 지켜준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농민이 사라지면 그들의 고된 삶과 노동의 가치를 모른 척 외면했던 우리의 따뜻한 밥상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껏 자동차와 휴대폰을 팔아 무역을 통해 식량을 얻어왔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균형을 잃으면땅이 잊혀진다빌딩과 주차장에자리를 내어주고논밭이 사라질 때,사람들은 道와 함께자기 자신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 53장, 논밭이 사라질 때 중 일부분 -언론은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폄하하면서 존재의 이유를 상실했다. 탐욕과 거짓을 선동하는 일부 언론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려고 하는 일그러진 군상도 있다. 이 와중에 사람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회의와 좌절을 겪는 이런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라며 붙잡는다. '농사의 도'를 아십니까?
농사의 도 - 농사짓는 이와 돌보는 이를 위한 노자의 도덕경
파멜라 메츠 지음, 이현주 옮김,
민들레, 2014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