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덤프트럭을 막기 위해 출입구 앞에 서 있던 주민이 한전 직원에 의해 끌려나오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보나
"할머니들이 죽어 나가야 이 싸움이 끝날기가?""아무리 싸우고 할머니들이 죽니 사니 해도 정부나 한전은 꿈쩍도 안 할기고만. 밀양을 보면 모리나?""우리 힘으로 안 되니까 하느님한테 송전탑 건설 못 하게 해달라고 목이 터져라 기도했는데 소용이 없는기라. 무슨 희망이 있겠노…."지난달 21일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현장에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아래 한전)이 채증조와 체포조까지 편성해 주민들의 공사현장 접근을 막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되고 있다.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다시 시작된 5일 오전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서 굴착기와 덤프트럭의 출입을 막으며 의자에 앉아있던 김선자(75) 할머니가 한전 직원들에 의해 들려 나오다 땅에 떨어져 부상당했다. 이 광경을 보고 강하게 항의하던 이차연(75) 할머니도 끌려 나오다 쓰러져 실신했다.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책위 활동가들은 긴급후송을 요구했지만, 굴착기와 공사 자재를 실은 덤프트럭이 도로를 막고 있어 인근에 있던 구급차의 진입이 늦어졌고 40여 분 후에야 응급실에 후송될 수 있었다.
응급 차량의 진입이 늦어지자 실신한 이차연 할머니는 호흡곤란을 겪다 의식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 직원들과 경찰은 지켜보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한전 직원들이 김선자 할머니를 의자 채 들어내다가 내동댕이쳤다"며 "하지만 경찰은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도 대남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뒤 입원했다. 이억조(75) 할머니와 조봉연(75) 할머니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억조 할머니는 정신이 혼미해져 병원에 실려가면서 "죽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공사장 입구에서 끌어내기 위해 채증조와 체포조로 나뉘어 사진을 찍고 강제로 끌어냈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업무방해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면서 "공사를 방해하는 사람을 체포해 경찰에 넘기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