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한 작품으로 중국인들의 문제를 지적했던 루쉰'아큐정전', '약' 등의 소설을 통해 중국인들의 정신을 고치고자 했던 루쉰. 그의 고향 샤오싱은 근현대 혁명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조창완
그럼 중국인들은 정말 문제가 많은 민족일까. 이것 역시 하나의 편견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비판에 대해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문화적 특성을 오히려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중국이나 일본 등의 문화를 비평하는 책은 좀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성을 비판하는 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중국 일반인들에게 '자국'은 어떤 것일까. 중국에서 10년을 살았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중국인들과 대면하는 필자에게 '중국인'이라는 단어는 정말 거대한 미궁과도 같다. 루쉰 작품에서 만났던 아큐나 공을기 등 근대적 인물이나 딩링(丁玲)의 작품에서 만났던 혁명기 인물 등도 생각난다. 아울러 위화(余華)나 차오웬쉬앤(曹文軒)의 작품에서 만난 사람들도 떠오른다.
루쉰의 소설 <약>에는 혁명가가 처형된 피를 만두에 묻혀 자식에게 먹이는 사람부터 피를 팔아서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도 있다. 자식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아버지도 있는데 이 모두 우리의 부모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이 문학 속에서 만난 인물이라면 드라마를 통해 만났던 수많은 정치가들도 있다. 책으로 봤던 마오쩌둥이나 장쩌민 같은 정치가들도 있고, 실제로 대면했던 중국 정치계의 지도자들의 얼굴도 스쳐간다. 아울러 첫 여행길에 창지앙(長江)의 배 위에서 만났던 평범하고 정많은 사람들과 내 아이를 봐주던 아주머니를 포함해 수많은 중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있다.
중국은 한족을 포함하면 56개 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간다. 지금 중국 인구에서 한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순수한 한족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은 얼마나 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또 한족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지역감정처럼 중국에는 엄청난 언어의 차이도 있고, 지역 감정도 다양하다. 지금은 매스컴이 발달해 보통화가 통하지만 북경어와 상하이어는 절반도 같지 않고, 광동어와 같은 부분은 5%도 되지 않는다. 자연환경도 천차만별이라 겨울에는 영하 40도의 헤이허(黑河)와 영상 25도의 하이난(海南)이 공존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누구라도 한 나라의 민족성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가 중국에서 산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톈진의 한 거대신문에 '매일 거짓말하는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그 칼럼은 거짓말을 통해 위기를 모면한 <토끼전> 같은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식의 논리 비약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단합해 이 칼럼에 대한 사과문을 받아낸 적이 있다. 그 칼럼을 쓴 이도 베이징대학 교수로 있는 저명한 문화평론가였다. 말도 안되는 논거로 한국인의 국민성을 폄하하는 일은 옳지 않다.
중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