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고산지대발리의 중부지방으로 들어서면 산이 높아지면서 고산지대가 전개된다.
노시경
자연스럽고 한가해 보이는 발리의 논. 그 논의 이면에는 이처럼 농사로 생을 이어나가는 수많은 농부들의 땀과 서로간의 조정 노력이 담겨 있다. 이처럼 발리의 농부들은 단순히 여행자의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목가적인 생활을 해왔던 것은 아니다. 발리의 북부와 중부지방은 화산지대와 구릉으로 이뤄져 있고, 경작지로 사용할 만한 평지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리에는 이러한 산 중턱부터 개간해 물을 댄 계단식 논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발리의 생활 환경이 만들어낸 발리의 계단식 논에는 아름다움도 담겨 있다. 농사 짓기에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발리의 계단식 논이지만 특히 논농사를 짓지 않는 서양 친구들에게는 매우 이국적으로 보일 것이다. 발리의 나지막한 구릉과 비탈진 산의 야자수 아래마다 쌀농사가 지어지는 정경은 발리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 중의 한 곳이 됐다.
논농사를 짓는 나라에서 온 나도 발리의 계단식 논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우리는 브두굴(Bedugul)로 올라가는 여정 중에 빠중(Pacung)의 계단식 논을 찾아갔다. 도시 구역을 벗어난 차창 밖의 발리 들판에도 시원스런 논이 펼쳐져 있었다. 섬이라고 하기에는 드넓은 벌판과 논이 발리의 남부지역에 전개되고 있었다.
발리의 아름다운 초록색 논에는 물이 가득 담겨 있고, 그 속에서 벼이삭들이 포근하게 자라고 있다. 야자수 아래의 계단식 논 위로 열대의 태양이 작열하는 모습, 지구 상에서는 동남아시아의 몇몇 쌀농사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이국적 풍경이다.
빠중 가는 길 도중에는 주변에 딸기 농장이 많이 보인다. 빠중 근처의 조그마한 재래시장에도 딸기를 파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잠깐 내려 빠중의 딸기 맛을 볼까 마음먹었다가 일단 빠중의 계단식 논으로 먼저 향하기로 했다. 항상 정해진 시간 안에 흥미 있는 곳을 최대한 보려고 하는 나의 여행 일정은 이미 빡빡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빠중의 딸기농장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둘러볼까 했지만 해가 지는 상황이라 다음 여행으로 미루기로 했다.
발리서 가장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계단식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