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골목 영화 상영수요일 저녁 8시,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 상영을 보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골목에 모여 앉았다.
이승훈
어딘지 어색한 여배우들의 낯간지러운 콧소리와 과도하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남자 배우의 어설픈 코믹 연기에도 모두들 즐거워 크게 웃는 골목. 골목이 꽉 차고 시끌시끌해도 아무런 군말 없이 함께 나와 앉아 어머님들께 부채질을 해드리는 앞집 청년까지. 이곳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송림2동의 넉넉한 마음과 작가의 노력이 만나 만들어지는 그 풍경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8월 마지막 한 달, 라디오 방송과 영화 상영에 이어, 메아리 라디오 극장 팀은 송림2동을 무대로 한 단편영화를 제작한다고 한다. 주민들이 직접 연기를 펼친다고 하니, 주민들과 작가 간에 멋진 호흡이 기대된다.
"앞집 언니네 집이 예쁘게 칠해져서 더 좋아"처음 송림동을 찾은 날, 솔직히 조금은 겁을 먹었다고 고백해야겠다. 천둥번개가 치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작달비가 주룩주룩 오는 5월의 그날, 거의 허물어져가는 폐가를 답사했다.
벽은 심하게 갈라져 천장이 반쯤 내려앉았다. 거실은 깨진 유리와 접시, 부서진 문틀까지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안방에는 또 누군가의 흔적이 있었으니, 갈 곳 잃은 노숙자들이 가끔 이곳 폐가에 들어와서 잠을 청한다고 했다. 화장실에는 온갖 오물이 꽉 차서 감히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송림동에는 이런 폐가들이 곳곳에 있었다. 재개발 사업의 중단으로 폐가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혼자 살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고인이 되어 폐가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주민들이 사는 집들 또한 모두 5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라, 벽이 모두 갈라지고 페인트가 모두 벗겨져 삭막하기 그지없는 골목도 군데군데 있었다.
그런데 '퍼포먼스 반지하' 팀의 <마음이 모여 사는 마을> 프로젝트로 인해 마을은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퍼포먼스 반지하 팀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건물 외벽과 담장 벽에 도색작업을 벌였다. 갈라진 벽과 바닥은 시멘트로 메웠고, 부서지고 가팔라 위험한 계단 위로 튼튼하고 멋스런 목조계단을 만들었다. 무너진 담장에는 아기자기한 화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대부분 버려진 생활용품이나 부서진 시멘트 조각 등을 재활용하여 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