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에 평화를> 표지
한티재
"송전탑 보믄 속이 디비지요. 저거 마 어데 큰 비가 오가 화딱 나자빠졌으면 싶지. 막막 폭우가 와가 다 나자빠졌으면 싶은 마음이 들지. 도시 사람이 필요하다고 촌사람을 이리 직이가 되는가. 도시에는 도시에 저거 사용하도록 장치를 해가 쓰믄 되지."(본문 122쪽)부산댁 이차연 할머니의 말이다. <삼평리에 평화를>(2014, 한티재 펴냄)은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에 사는 할머니(아래 '할매')들 11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글이다.
이차연 할매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삼평리 주민이다. 이곳은 신고리원전에서 대구로 연결되는 북경남 1분기 345kV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23호기가 예정된 곳이다.
송전탑은 이미 22호기와 24호기가 완공된 상태다. 삼평1리는 2009년 이장이 주민의견서를 조작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도 계속하여 할매들이 반대 투쟁을 하고 있고,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변홍철)가 결성되어 할매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밀양, 강정 그리고 청도 삼평리2014년 6월 11일에 밀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밀양시청의 공무원과 경찰 2000여 명이 고압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서 농성하고 있던 주민들의 농성텐트를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으로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연로한 주민들과 수녀들, 그리고 연대하고 있던 시민들이 쇠사슬로 그들의 몸을 묶고 저항했지만, 경찰은 인권을 무시한 채 폭력적인 방법으로 철거를 감행했다.
그에 앞서 2012년 3월 8일에는 천혜의 섬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마을 주민과 시민활동가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저항했지만, 아침 7시 600여 명의 경찰이 들이닥쳐 시민 해산작전을 성공시켰다.
이 작전으로 시민운동가 한 명이 실신하고, 울부짖음과 비명, 탄식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경찰 병력을 투입한 지 2시간여 만에 진압(?)은 끝났고, 오전 11시 20분쯤에 구럼비 발파작업이 강행되었다. 당시 우근민 제주지사까지 나서 발파작업 중단을 요구하고, 시민단체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재단 등 종교계도 일제히 비난성명을 냈다.
두 곳에서 보여 준 경찰들의 일사불란함은 대한민국 공권력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공권력의 민첩함은 사라지고 무능의 극치를 보여줬다. 사람 구하는 데는 아무런 존재 이유가 없는 대한민국 공권력이, 몸부림치는 민주시민을 진압하는 데는 전광석화 같은 기동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