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4시간 공부... 그게 가능해요?

임용 준비하는 대학생의 고민... '저도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을까요'

등록 2014.08.05 10:44수정 2014.08.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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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치열하게 울어대는 알람을 두 번이나 미루고 나서야 잠에서 깬다. 반쯤 뜬 눈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드는 것 같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자취방을 나선다. 이어폰을 꽂고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반복되는 일상의 시작이다.

교복을 벗은 지는 오래됐지만, 오전 9시 전에는 꼭 학교에 도착해서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스스로 정한 규칙 때문이다. 시키지도 않는 등교를 할 수밖에 없는 나는 사범대학 4학년으로, 올해 중등교사 선발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다.

오전 9시. 책상에 앉아 스터디 플래너를 편다. 오늘 공부해야 할 부분과 분량을 확인하고 2~3일 정도의 계획을 작성한다. 내일은 한 시간쯤 쉬는 시간을 넣고 싶지만 꾹 참는다. 대신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3장 정도 줄였다. 1시간을 쉬는 대신 조금 더 여유롭게 공부해 보자는 취지였다.

내가 임용을 대하는 자세... 3-4-3 전술

 나의 스터디 플래너
나의 스터디 플래너이지원

나는 하루에 10시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전 3시간, 오후 4시간, 저녁 3시간. 3-4-3 전술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강대국들에 맞서 구사한 안정적인 전술. 그 전술을 시험공부에 적용한 것이다(몸소 체험해 본 바 그리 안정적이진 않은 것 같지만).

내 공부 시간은 중등교사 선발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수험생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합격자 수기를 읽어보면 하루 12~14시간씩 공부해서 합격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등교사 선발시험을 몇 년 전부터 사법고시·행정고시·외무고시와 더불어 '임용고시'라 심심찮게 부를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나는 10시간 이상의 공부 계획을 세워서 성공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14시간씩 온전히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걸까. 그런 일은 내게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커다란 두뇌를 가진 외계인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나는 '공부 10시간'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니까. 인간이 원래 그런 건지 나만 이렇게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려 하는 평균 혹은 평균 이하의 예비교사다. 그런데 하루 종일 정신없이 공부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오래도록 나를 괴롭혀온 질문이 또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누군가는 합격도 못한 수험생의 주제 넘는 고민이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범대학에 다니는 학생, 혹은 교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뇌였을 법한 질문 아닐까. 자신이 교사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 사회는 좋은 선생님을 길러내고 있을까

 교사에게 지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애정이다. 사범대학에서의 4년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는 좋은 선생님을 길러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교사에게 지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애정이다. 사범대학에서의 4년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는 좋은 선생님을 길러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free image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한숨으로 답을 대신한다. 스스로를 향한 물음표를 아직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참의 고민 끝에 지금 나는 뭘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전공과 교육학 공부만이 좋은 선생님이 되는 방법인 것일까.

교사에게 지식은 중요하다. 교사는 자신의 전공 지식으로 학생들과 만나고, 교육학을 토대로 교육과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이니까. 교사에게 지식은 전장의 총이요, 겨울김장의 배추다. 이런 의미에서, 매일매일 지식을 쌓고(혹은 욱여넣고) 있는 나는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식만 갖춘 교사를 좋은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애정이다. 교사는 부모와 같다. 그 어떤 부모도 의식주만 제공되면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좋은 선생님을 길러내고 있는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4년간 사범대에서 받은 교육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배운 것이 옳은지 말이다. 온갖 지식과 이론에 치중한 교육을 받아온 것은 아닐까.

초조한 마음으로 대하는 교생실습

 교생 실습 중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
교생 실습 중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이지원

사범대에 입학한 뒤 자발적인 활동을 제외하고 직접 학생들과 대면할 수 있었던 기회는 단 두 번뿐이었다. 교육봉사와 교생실습이다.

교육봉사는 60시간을 채워야 했다. 사범대생 대부분이 멘토링이나 교육캠프로 봉사 시간을 채운다. 나는 방학 중 열리는 교육캠프를 두 번 다녀오는 것으로 교육봉사를 마쳤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아이들과 겨우 어색함을 지울 때쯤 캠프는 끝났다.

그나마 교생실습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4주간 학교에서 지내면서 학생들과 마주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교생실습은 4학년 1학기에 하게 되는데, 2학기에 임용시험을 봐야 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교생실습은 또 다른 부담이다. 임용시험 공부와 교생실습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학교적응에 수업 참관, 수업 준비에 시험 공부까지. 학생들과 마주앉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내가 1차 중등교사 선발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에서 면접을 보게 된다면, 그리고 면접관이 나에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느냐 질문한다면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까.

낮 12시.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나는 고민을 미처 매듭짓지 못한 채 다시 책을 편다. 이것이 옳은 일인가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지만 애써 그 감정을 감추고 책을 편다. 오늘도 10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합격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잘할 자신도 없는 놈이 무슨 교사가 되려 하느냐' 비판할까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해서라도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다. 좋은 교사는 아닐지언정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언젠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를 아이들을 위해.
#사범대 #중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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