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실습 중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
이지원
사범대에 입학한 뒤 자발적인 활동을 제외하고 직접 학생들과 대면할 수 있었던 기회는 단 두 번뿐이었다. 교육봉사와 교생실습이다.
교육봉사는 60시간을 채워야 했다. 사범대생 대부분이 멘토링이나 교육캠프로 봉사 시간을 채운다. 나는 방학 중 열리는 교육캠프를 두 번 다녀오는 것으로 교육봉사를 마쳤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아이들과 겨우 어색함을 지울 때쯤 캠프는 끝났다.
그나마 교생실습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4주간 학교에서 지내면서 학생들과 마주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교생실습은 4학년 1학기에 하게 되는데, 2학기에 임용시험을 봐야 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교생실습은 또 다른 부담이다. 임용시험 공부와 교생실습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학교적응에 수업 참관, 수업 준비에 시험 공부까지. 학생들과 마주앉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내가 1차 중등교사 선발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에서 면접을 보게 된다면, 그리고 면접관이 나에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느냐 질문한다면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까.
낮 12시.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나는 고민을 미처 매듭짓지 못한 채 다시 책을 편다. 이것이 옳은 일인가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지만 애써 그 감정을 감추고 책을 편다. 오늘도 10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합격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잘할 자신도 없는 놈이 무슨 교사가 되려 하느냐' 비판할까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해서라도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다. 좋은 교사는 아닐지언정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언젠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를 아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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