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는 복이나인, 서준에게는 할아비, 할매, 아빠, 엄마가 복이나인입니다.
김학현
이미 눈치채셨죠? 하나는 어린아이입니다. 이미 서준이 대변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이거 못 맞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 서준이는 화장실에 '화'자도 모릅니다. 그냥 드러누워 싸대죠. 그래도 누구 하나 탓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탓하다니요? 똥을 누느라 얼굴만 빨개져도 온 가족이 달려들어, "우리 서준이 똥 누는구나!" 그러면서 턱을 치켜올리며 대견스러워하는 걸요. 서준이에게는 똥 누는 것도 가족을 향한 이벤트랍니다. 그 이벤트에 넋을 잃는 게 제 엄마·아빠고, 할아비고, 할매고요. 허 참!
그럼, 어린아이 말고 또 누가 있을까요? 왕이랍니다. 조선 시대 임금님들은 화장실에 안 갔답니다. 그럼 어디서 볼일을 볼까요? 그냥 내전에서 봅니다. 그것도 궁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어린아이야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냥 누어도 시원하기만 하지만, 왕은 나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볼일을 봐야 하니 제대로 나왔을까 모르겠어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 2012)에서 가짜 광해(이병헌)가 나인들이 부복한 가운데 매화틀 위에 올라앉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매화틀'은 '매우틀'이라고도 하며 조선 시대 왕이 사용하던 이동식 화장실입니다. 매화틀 밑에 둥글고 기다란 요강을 놓아 변이 그곳에 떨어지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