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빛 솜털 같은 우산 모양의 꽃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며 내게 손짓한다. 바로 자귀나무 꽃이다.
김종신
간밤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가족과 특히 아내와 짜증 섞인 대화를 주고 받은 7월 25일. 경남 진주에서 산청가는 국도 3호선에 드문드문 심어진 자귀나무 꽃에 반해서 차를 세우고 꽃 구경을 나섰다. 진주 집현면사무소를 지나 조비마을.
자귀나무는 마주나는 잎이 밤만 되면 어김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애틋하게 감싸듯 서로 다정하게 포개어진다 하여 '합환목(合歡木)'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화목한 부부애를 기원하며 정원에 많이 심었단다.
옛날 어느 마을에 부지런하고, 황소같이 힘 센 젊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결혼할 나이가 되어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어 혼자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는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아름다운 꽃들에 정신 팔려 꽃이 만발한 집 뜰 안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한창 넋이 나가라 꽃을 구경하고 있는데 부엌문이 열리면서 어여쁜 처녀가 나타났다고.
이렇게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결혼을 해 알콩달콩하게 재미나게 살았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싱겁지 않던가. 어느 날 남편이 읍내로 장을 보러갔다가 그만 주막 주모에게 빠져 몇날 며칠을 돌아오지 않으며 바람을 피운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백일기도를 했는데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언덕 위에 피어 있는 나무 꽃을 꺾어다가 방안에 꽂아두라'고 했단다. 아내는 신령의 말대로 꽃을 꺾어다가 방안에 꽂아 두었다. 어느 날 밤늦게 돌아온 남편이 꽃을 보고 옛 추억에 사로 잡혔는데 그 꽃이 자귀나무 꽃이다. 아내에게 청혼하며 바쳤던 꽃이었기 때문이다.(<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꽃 백가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