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오마이뉴스
이 협정은 현대차가 양적 성장 위주의 세계화 전략에서 국내 모공장에 기반을 둔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노조의 만성적 고용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윈윈 전략의 필요성은 증대된다.
글로벌 허브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양보해야 한다. 회사는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노조는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내부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2016년으로 예정된 완전한 8시간 교대제로의 전환이 현대차 노사가 보다 높은 신뢰관계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업 차원의 신뢰 형성 바탕 위에서 산별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점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갈림길에 놓인 현대차, 해법은 '글로벌 허브' 전략 그런데 저자가 제시하는 현대차 노사관계의 대안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저자는 "노사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차가 기존 성장방식으로 거둔 유례없는 성공을 감안했을 때 회사 측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현대차의 미래에는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다.
첫째, 지금과 같은 성공적인 세계화 전략의 '경로 의존성'에 입각해 노조 회피 전략을 지속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세계화 전략의 최대 수혜자다. 각 대륙에 건설된 현지 공장들은 최대 가동률을 자랑한다. 현지에서 생산된 완성차는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로 현지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올라선 상태다.
현대차로서는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과 잦은 파업이 골치 아프긴 하지만 그럴수록 해외생산 비율을 높여 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건재한 국내 공장에 대한 우회적 회피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린필드에 건설한 해외 공장들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는 상황에서, 국내 노조와의 타협은 불필요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가 '저항적 실리주의'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현대차는 이러한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세계화 전략이 지속되면 현대차와 국민경제 간 괴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둘째, 현대차가 글로벌 허브 전략을 받아들이고, 노조를 포용하는 윈윈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중소형차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진 완성차업체들이 중저가 제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차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조를 포용하면서 작업자의 숙련에 입각한 고부가가치 제품과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높여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국내 공장을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허브로 만들고 다른 해외 공장과의 분업관계를 조정하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노조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그러나 첫 번째 전략으로 성장을 계속하는 현대차가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와 같은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현대차 노사,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어떤 전략을 선호할까. 현대차 노조는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는 듯하다. 2000년대 초 해외 생산이 증가할 때 불안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내 공장 생산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생산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 임금은 해마다 오르고, 노조 집행부는 경쟁적으로 보다 많은 '실리'를 약속한다. 요컨대 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첫 번째 전략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