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에 대한 1심 판결문. 충남도청 공무원 노조에 가입신청을 한 것은 인정되나, 공무원노조를 이적단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심규상
- 1심에 이어 지난 24일 2심에서 각각 무죄를 받았다. 소감은? "공안당국이 언론사에 공개된 기사나 칼럼을 개인 블로그에 옮겨 놓은 것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수집, 반포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적표현물이 아님에도 경찰과 검찰의 자의적 주장을 받아들여 '이적표현물'로 규정한 것은 매우 아쉽다" (법원은 조씨가 게재한 글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만 '이적 목적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기자 주)"
- 경찰과 검찰은 끝까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기소까지 될 줄 알았나?"압수수색을 당할 때도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찰이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후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도 '기소할 사안이 아니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면서 담당수사관이 이미 기소는 확정됐고 '대검과도 충분한 사전협의를 했다'면서 '반성문을 쓰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선처 의견을 내겠다'고 회유했다. 기소를 전제로 수사를 한 것이다. 반성문을 거부하면서 '기소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도 경찰조사 자료가 검찰로 송치되기 한 달 전부터 '기소를 막기 어렵다'며 스스로 사임했다. 다행히 다시 선임한 1심 변호사의 노력으로 무죄를 이끌어냈다."
- 요구하는 대로 '반성문'을 쓰지 않은 이유는?"어처구니도 없었지만 스스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을 뿐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생각을 한 적은 추호도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수사기관 요구대로 반성문을 썼더라면 오히려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둔갑됐을 가능성이 크다."
"압수수색 이후 블로그 글 삭제하자 '증거인멸' 혐의 적용 "- 처음부터 검찰의 공소 내용이 '황당하다'고 말해왔다. 어떤 점이 납득하기 어려웠나?"전부 다다. 우선 인터넷 언론에 공개 게재돼 있는 기사와 칼럼을 개인블로그에 옮겼다고 이적표현물 수집, 반포혐의를 적용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가 보는 언론사에 실려 있을 때는 문제가 없던 글이 왜 몇 사람 찾지 않는 내 블로그로 옮기면 이적표현물이 되느냐 말이다.
호기심에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제작한 동영상을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메일로 링크를 걸었지만 재생하지 않고 삭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지 않고 삭제한 것까지 공소사실 증거물로 채택했다. 동영상에 메일로 링크한 것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일'인가. 뿐만이 아니다."
- 공소내용 중 또 어떤 점이 황당했나?"압수수색 당한 후 개인 블로그 글을 문제 삼는 경찰 수사관에게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그 경찰이 '알아서 하라'고 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이 이미 증거물로 확보한 뒤라 삭제했다. 그런데 나중에 공소장을 확인해보니 이게 '증거 인멸'이 됐다.
충남도청 문화산업과에 근무할 때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관련부서에서 수리한 적이 있다. 경찰은 이를 임의로 사무실 컴퓨터를 포맷, 증거를 인멸했다고 덮어 씌웠다. 계룡시에 근무하면서 충남도공무원 노조 가입희망서를 메일로 보낸 바 있는데 이것까지도 이적단체에 가입하려 한 불순한 의도를 가진 근거로 몰아붙였다."
- 이 일로 직장 내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왜 없었겠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라 다들 피해가 미칠까봐 경계하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다. 억울하다고 어필했지만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 기소까지 한 상황이라 내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그나마 <오마이뉴스>에서 자세히 보도해 많은 도움이 됐다."
- 경찰과 검찰이 왜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생각하나? "블로그에는 북한 관련 기사 글 외에 4대강 사업,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 한미FTA, 용산참사, 민간인 사찰, BBK 관련 등 이명박 정권의 실정 등을 분석한 칼럼과 기사가 많이 들어 있었다. 말단 공무원이지만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에 게재한 일에 괘씸죄를 적용, 국가보안법으로 엮어 손을 보려 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실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한미FTA 등 문제를 비판하는 메일이 검찰 수사자료에 포함되어 있다. 내 블로그에 게재한 전체 3573건 중 이적표현물로 지목된 글은 84건에 불과하다."
"MB 실정 비판 글 게재에 괘씸죄 적용 손 보려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