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문캠프 공개강연중앙대학교 학술공동체 '자유인문캠프'는 매 학기마다 공개강연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7월 초에 진행된 '세상을 바꾸려면' 공개강의 중 한 장면
정광채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그 교육을 담당할 인문학자는 대학원에서 양성하면 되기 때문에, 인문학 관련 학과는 대학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타당한 구조다'도대체 무슨 근거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학부에서 졸업하는 것은 헛된 배움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개론 정도의 내용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인가? 이런 당위를 얘기할 근거가 상당히 빈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박용성 이사장이 말하는 것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염두해두고 얘기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로스쿨은 진로가 협소하고 폐쇄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이 역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합의를 통해 학부 전공은 폐지가 된 반면, 인문학은 그 범위 자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이를 전부 석/박사 과정으로 대체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서두에서 박 이사장은 '문사철'(文史哲)을 얘기했는데, 문사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가 '윤리'이다. 단순히 경영 효율과 자본의 논리로 노동자를 잠도 안재우고 혹사시킨 사건이 만연했던 것이 19세기 초 자본주의의 비극이다.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고,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역사가 증명해준다. 하지만 어떤가? 당시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손해배상 가압류를 통해 노동자를 파탄으로 만든이는 누구인가?
다시 자유인문캠프 얘기로 돌아가보자. 박 이사장은 '인문학이 바로서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여기있는 이 자발적 인문학 공동체에 대해서는 왜 빗장을 걸어잠그는가?
얼마전 자유인문캠프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은 충격이었다. 교내 일부 건물에서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강의실 임대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존재조차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들은 결국 교내의 다른 건물을 찾아가고, 또 그들의 이름이 아닌 학내의 다른 자치단체 명의로 대실을 한다. 물론 이것이 박용성 이사장의 지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학내 커뮤니티인 '중앙인'을 학내 공론장이 아닌 학교 홍보 게시판으로 무력화시키거나, '안녕들하십니까' 열풍 당시 대자보를 강제수거하는 등의 사례로 미뤄볼 때, 이 사건 역시 반드시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박용성 이사장에게 말한다. 인문학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우선 자유인문캠프의 존재와 가치부터 인정을 하고, 이러한 편파적이고 치졸한 행동을 지양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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