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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캐릭터의 완전체' 같은 김준수의 에너지도 작품에 한 몫을 한다. 그의 들끓는 에너지는 부정할 수 없는 재능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서 있는 것 자체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존재감, 울부짖는 허스키한 목소리는 작품 전체의 감성을 구축한다. 내재된 에너지를 멜로디에 실어 응축하고 터트리는 조율감각도 세련미 넘친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신에게 절규하는 순간의 눈빛 변화는 섬짓할 정도로 본능적이다. 하지만 저음에서 정확하게 가사를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양한 장점에도, 뮤지컬 <드라큘라>는 어딘가 허전하다. 시각적 화려함과 매혹적인 소재까지 갖추었는데 말이다. 대체 이유가 뭘까. 아마도 허공을 딛는 이야기와 완만한 멜로디가 관객의 가슴을 틀어쥐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지극히 비극적이다. '드라큘라'는 사랑을 찾으려 애쓰고, '미나'는 운명적 끌림에 혼란스러워한다. '조나단'은 사랑하는 여자를 붙들려 애쓴다. 하지만 관객은 그 어느 쪽에도 동조하기 어렵다. '관습적 스토리'와 '방황하는 캐릭터'가 감정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자꾸만 관객을 이야기 바깥으로 밀쳐내기 때문이다.
뮤지컬 <드라큘라> 속의 인물들은 '멜로의 정석' 안에서 움직인다. '대극장 공식'을 따르는 이야기 구조는 무대를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공감을 끌어내는 덴 역부족이었다.
특히 작품의 중심에 선 세 인물의 관계는 '피상적 멜로'에만 사로잡힌 듯 공허하다. '클리셰는 영원하다'지만 색이 없는 '클리셰'는 낡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작품은 드넓은 판타지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이야기의 설득력에서 맥락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고 유려하다. 초반부 스산한 오프닝을 여는 웅장한 선율이나 'Loving You Keep Me Alive', '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등은 처연하고 대중적이며 매력적이다. 다만,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보니앤클라이드'처럼 작품을 대표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가사는 한 편의 시다. 매끄러운 번역은 극의 이해와 감성을 한층 더 돋운다. 특히 1막 하이라이트인 'Loving You Keep Me Alive'는 살뜰한 가사의 울림이 깊다. 예로, '그 이름만 속삭여도 내 세상은 떨려', '다시 내게 돌아와 나와 함께 춤춰요. 새벽을 향하여' 등의 가사들은 멜로디와 섬세하게 감응해 감동을 준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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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준수의 폭발력 만으론... 뮤지컬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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