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에 따른 교육 차별 반대. 자사고 폐지하라"'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 공대위' 소속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서울에 있는 25개 자사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다. 1000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 2010년 교육과정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근거로 문을 연 자율형 사립고에서 고려시대의 십이공도가 보이는 건 왜일까. 십이공도로 인해 쇠퇴한 국자감과 같이, 자사고가 문을 연 이후 일반고 슬럼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기사: '깡패' 자사고 우수학생 독점 '슬럼화' 일반고 패배감 젖어)자사고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휩쓸어 가며, 일반고는 공부하지 않는 학교라는 일종의 낙인이 찍혀진 셈이다. 이러한 낙인이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뻔하다. 뿐만아니라,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이 약화된다 해더라도 일반고에 비해 현저히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자사고는, '잘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돈 많은 학교'의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자연히 일반고는 '돈 없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고.
자율형 사립고의 폐단은 일반고의 슬럼화 현상뿐만이 아니다. 고려의 십이공도에서 나타나듯, 자사고를 통해 특권층이 생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미 과학고, 외고, 특목고는 본래의 설립 목적이 아닌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통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고가 높은 수업료와 우수학생 선발을 계속 할 경우, 사회적 배경이 좋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가르고 계층화 시키는 경향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자사고를 찬성하는 핵심 논리는 수월성 교육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자사고인 셈이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은 '엘리트주의'와 구분되어야 한다. 내가 잘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짓밟고 희생하는 것은 '수월성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수월성 교육은 이러한 교육의 기본 태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자사고는 전근대의 엘리트주의의 늪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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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 된다, 자율형 사립고와 십이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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