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해서 살랑살랑 흔들면 갯장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조찬현
"입맛 없고 나른한 여름철, 원기 북돋우는 데 사실 이만한 게 없죠." 전남 여수시 경도 풍경횟집의 주인장 조성열씨가 갯장어를 손질한다. 스무 살 시절에 갯장어(하모)잡이 배를 탔다는 그는 갯장어 손질의 달인이다. 공중파 방송의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했다. 갯장어와 함께한 세월이 올해로 36년째다.
힘이 펄펄 넘치는 갯장어다. 집나간 입맛까지 찾아준다는 갯장어는 여름철에 회나 샤브샤브로 즐겨먹는다. 회는 고소한 단맛의 풍미와 식감이 좋으며 특제 육수에 3~4초 정도 살짝 데쳐먹는 샤브샤브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육수에 손질한 하모를 넣을 때는 껍질 부분이 아래로 향하도록 데쳐내야 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갯장어의 머리와 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대추, 마늘, 녹각, 인삼, 양파 등을 넣어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샤브샤브로 데쳐 먹는다. 이곳 육수에 불린 쌀이나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내면 맛깔난 후식까지 해결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갯장어를 '해만'이라고 하며 "악창(고치기 힘든 부스럼)과 옴, 누창(피부에 잔구멍이 생기어 고름이 나는 부스럼)을 치료하는 데 뱀장어와 같은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빨은 개(犬)처럼 고르지 못하다"며 '견아려'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있다. 이는 뭍의 보양음식인 개고기와 바다의 갯장어를 동일시하는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떨어지는 건 남편의 월급이라지만 그래도 올여름에는 다들 보양식 챙겨먹고 '파이팅' 해보자. 정성 가득한 이러한 음식들이 기를 충전해준다. 또한 이렇듯 좋은 음식을 먹으면 이 여름이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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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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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만 먹었다는 이것, 남자한테 장어보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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