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28일 세계산재노동자의날에 서울 강남 포스코 앞에서 열린 전국플랜트노동자대회장
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의 경우 그동안 200여만톤의 석면을 사용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 시기가 1990년대 초반이다. 그후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금지했으니 악성중피종 환자 발생은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나 205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석면노출 후 10년에서 40여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질환이 생기는 걸 고려한 결과다. 여기에 석면사용금지 이전에 사용한 석면 건축물이 오랫동안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석면 질환 발생은 수십 년간 계속된다.
그러면 한국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석면피해자는 몇 명이나 될까? 석면에 의한 폐암의 경우 담배나 다른 원인에 의한 폐암과 구분이 되지 않는 '비특이적'인 특징 때문에, 그리고 석면특이적인 악성중피종의 경우라도 이를 집계하는 체계가 없어 정확한 석면피해자를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질병명 코드로 집계된 환자 수를 근거로 현재 몇 명의 악성중피종 환자가 있는지 대략 추산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개인정보 접근의 한계 때문에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는 중복되어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
석면 관련 질환에 걸린 환자 본인이나 유족들이 신고하면 지원해 주는 두 개의 제도를 통해 인정된 피해자를 확인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하다. 두 개의 제도 가운데 하나는 석면을 직접 다루는 직장에 다니다가 석면질환에 걸린 경우다. 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해 지원하는 제도로 석면 관련 직업병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일반환경 중의 석면 노출로, 석면질환자를 지원하는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한 지원제도다. 예전 용어로는 공해병, 요즘 말로는 환경성 질환에 해당한다. 두 제도 모두 그동안 악성중피종, 석면폐암, 석면폐 등 3가지만 석면 질환으로 인정해왔다. 석면피해구제법의 경우 올해부터 '미만성 흉막비후'라는 질환도 인정 대상에 추가되었다.
산업재해보상 제도에 의해 인정된 직업성 석면피해자는 공식적인 산재와 직업병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다.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은 폐암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석면폐는 진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정부는 지구촌 최악의 산업재해물질인 석면을 산업재해 피해 원인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국회에서 별도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자체 조사한 석면 관련 산재데이터를 내놓곤 한다. 때문에 석면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도 대한민국의 석면 피해 실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정부합동석면정책협의회에서 노동부가 2009년 내놓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료를 통해 석면 관련 직업병 현황을 일부 엿볼 수 있다. 2000년 4명, 2001년 4명, 2002년 6명, 2003년 30명, 2004년 8명, 2005년 22명, 2006년 20명, 2007년 32명 등이다. 전체 65명 중 사망자는 74%인 48명이고 생존환자는 17명 26%다.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연간 10여만톤씩 총 200만톤의 석면 원료를 사용하는 산업국가의 석면산업재해 치고는 지극히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석면 관련 국제심포지엄에서 만난 외국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이상하다"며 "제대로 조사한 결과냐"고 반문한다.
석면피해구제제도는 2008년부터 충남지역의 홍성, 보령, 예산 지역을 중심으로 산재한 수십여 개의 석면 광산지역의 주민들에게서 다수의 석면 질환이 발생하면서 마련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 의원입법으로 마련한 것(법률제정은 행정부가 준비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입법과 국회의원들이 직접 법률을 마련하는 의원입법의 두 가지가 있다).
당시 석면 피해자들과 환경단체, 노동단체들이 전문가들과 연대하여 결성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한 성과였다. 양대 노총 즉,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모두 가입한 뒤 앞장서서 운동을 전개했고 무려 4개의 법률안이 제출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원래 피해자들은 피해보상 즉 신체적 질병피해와 이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는데 정부가 산업계의 부담을 이유로 보상이 아닌 '구제'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그것이 바로 2010년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이다(시행은 2011년부터).
석면피해구제법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