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프로그램 중 무한상사 면접 장면.
MBC
첫 면접을 본 곳은 서울 중구에 한 언론사. 간편한 청바지 차림에 셔츠를 입고 갔다. 첫 면접이라서 그런지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정말, 날 면접하던 사람들은 놀랐을 것이다. 면접인데 이런 차림이라니? 내가 정말 개념없는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 면접이 끝난 후였다.
분명 느낌도 좋았고 재밌게 끝내고 온 것 같았다. 그저 일만 달라고 했으니까. 고생시켜달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나오면서 본 지원자들은 죄다 정장차림이다. '아 떨어졌구나'라는 생각만 하면서 지하철을 탔다.
두 번째 면접은 교대. 교대 근처에 있는 언론사였다. 면접은 메이저 언론인 출신 편집국장이 봤다. 규모는 작았다. 그래도 그 편집국장과 기자들은 나를 아껴주고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마음에 들었다. 본격적인 연봉 문제. 음. 너무 짰다. 솔직히 어느정도 각오하고 왔지만, 그정도를 생각했다. 그래도 현실로 다가오니 갈등이 됐다. 아직 대학도 1년 정도 남은 상황. 정중히 사양했다.
"합격 전화가 달갑지 않다"그때 당시 내 수중에는 돈 20만 원이 전부였다. 한 번 면접을 보러 가면 차비만 5천 원 이상. 밥값에 뭐에하면 하루에 2만 원 금방 나갔다. 많이 곳에 합격했지만, 전부 갈 수는 없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전부 쫓아갔다가는 내 수중에 돈이 바닥 날 것 같았다. 결국, 두 번째 면접을 끝으로 나머지 면접을 전부 취소했다.
아직은 내가 본격적인 취업에 뛰어들 준비가 안 됐다. 미련이 남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했다. 그런데 그때 나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어느 회사에서 나의 이력서만을 보고 전화를 한 것이라 했다. 추천하고 싶다고. 그래도 그 회사만을 가 보기로 했다.
그곳은 보험 회사였다. 처음엔 홍보와 마케팅으로 나를 꼬득였지만, 결국 보험을 팔라는 얘기였다. 나를 추천한 사람은 능숙하게 사람을 요리했다. 믿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교육은 들을 만 하다고 했다. 돈을 지불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이상했다. 수업이 끝나고 준다던 돈은 등록하고 영업해야 준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월급도 성과급이었다.
처음 추천한 사람에게 물었을 때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 자신은 월급을 모른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뭔가 크게 속았다. 그래도 이미 수업을 들을 만큼 들은 몸. 결국 3주차 되던 때에 빠져 나왔다. 더 있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보험을 팔고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면접을 봤던 곳에서 합격 전화를 받았지만 이 일에 대한 호기심에 거절했다. 후회가 밀려왔다. 잠시 동안의 외도는 큰 상처로 나에게 다가왔다.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오늘도 노력합니다지금 나는 인바운드(텔레마케팅의 한 형태로 고객으로부터 온 전화를 콜 센터에서 받아 처리하는 것) 업체에 취직했다. 잠시 머리도 식히면서 내 나름대로 공부하려고 한다. 메이저급 언론을 지망하기 위해서는 토익은 필수란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네들이 토익을 필요로 하니, 그 토익 점수 만들어서 한번 뚫어보려 한다.
얼마나 잘난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기에 학보사 3년 경력도 못 쓰게 만들어 버리는지 궁금하다. 이번 구직을 통해 깨달은 건 정말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돈만을 노리고 오는 사람도 있고 돈만을 보라면서 유인하는 사람도 있다. 합법적인 보험 업계에서부터 심지어 잠시 면접을 봤던 대부 중개 업체까지.
2년간 군에 있다가 와서 세태를 잘 모르는 건지, 세상이 원래 이랬는데 이제 깨닫게 되는 건지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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