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5월 21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상삼리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시설 금수원 앞으로 집결해 있는 모습.
이희훈
이렇게 경찰과 검찰이 수사의 기초와 기본을 간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오버액션 대책'을 내놓고 전국에 '유병언 검거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것도 의문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정부는 엄청난 검·경 인력을 동원하고 5억 원이라는 거액의 포상금을 거는 것도 모자라, 군까지 동원해 밀항 저지에 나섰다. 정부는 '유병언 체포 반상회'를 열도록 했지만, 결국 시민들은 이미 사망한 유병언 수배 전단지를 받아들고 검거 협조를 다짐하는 촌극을 벌인 셈이다.
이런 촌극이 벌어진 데는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발견돼 경찰에 신고된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 전 회장 검거를 지시하고 엄벌을 다짐한 게 다섯 차례나 된다. 대통령이 검거를 닥달하니 정부와 수사기관이 '총력 검거 태세'를 연출했지만, 결국 수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유 전 회장의 사망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온갖 검거작전을 다 펴면서 자신을 잡지 못하는 데에 유 전 회장 본인도 의문을 표시했다. <시사IN>이 보도한 유 전 회장의 도피 생활 메모 중에는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유 전 회장은 "정말 정말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같이 되었네"라고 쓰기도 했다. 정부가 자신을 별로 잡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다는 조롱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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