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2년 3월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시공사측이 2차 발파를 강행하고 있는 모습.
유성호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한쪽에서는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군기지가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 평화로운 마을공동체를 파괴해 인간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천혜의 자연 환경을 훼손해 환경안보를 저해하며, 입지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강조해온 문제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익과 안보라는 이름으로 공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강행되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안보와 국익을 이유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왔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이렇다. 우선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할 이렇다 할 이유가 없다. 기지 건설 추진 초기에는 말라카 해협의 해적 활동 대응이 핵심 명분이었다. 그런데 해적 활동은 이 해협 인근 국가들의 다국적 협력으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후에는 이어도 수호가 핵심 명분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어도는 영토가 아니라 수중 암초이다.
정부는 또한 제주해군기지의 국익의 핵심은 남방 해역 안전과 해저 자원 및 해양수송로 보호를 통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증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건국 이래 남방 해역의 안보가 위협 당한 적은 없다. 또한 이러한 임무는 이미 해경이 맡아왔다. 해군의 역할이 정 필요하다면 해경 부두를 기항지로 사용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양해군이라는 신기루를 좇기에 여념이 없다.
제주해군기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해군의 기지'이면서도 '미국이 원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규모도 이지스함과 핵잠수함은 물론이고 핵추진 항공모함 정박이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최소한 미 해군의 기항지, 더 나아가 유사시 발진기지나 중간기지로 이용하려고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주도가 지니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과 함께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 해군력을 대폭 증강하고 중국과 동아시아 해양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우려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만약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용으로 활용되면, 중국은 외교적 항의에서부터 여행 금지, 무역 보복, 해양수송로 차단 등 다양한 경제제재, 그리고 유사시에는 보복 공격과 같은 군사적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 미중간의 무력 충돌 발생 시 한국이 미국에게 기지를 제공하면 국제법적으로 한국이 중국에게 군사적 위해 행위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익' 생각한다면 제주해군기지 중단해야제주해군기지가 우리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여 제주해군기지는 국익의 이름으로 강행될 것이 아니라 국익의 이름으로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
잠시 눈을 감고 제주와 한국의 앞날을 생각해본다. 기어코 기지가 들어선다면, 그건 문제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기 전에는 부산항을 주로 기항지로 사용하지만, 제주기지가 완공되면 강정마을로 기수를 돌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미군이 이용할 수 있는 기지는 '많을수록 더 좋다(the more, the better)'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군 함정이 강정마을 앞 바다에 출현한다면, 아마도 현지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저지 활동에 나설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하려고 할 것이다. 평화로웠던 땅 강정은 영원히 평화를 잃게 되고, 그 대가로부터 대한민국도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건 먼 미래에 있을 기우가 아니라 곧 다가올 현실이다.
하여 거듭 촉구하고 싶다. 정말 강정마을에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한지, 안보와 국익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따져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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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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