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 잠이 오겠습니까?'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13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밤샘 농성 벌이던 새벽, 한 단원고 학부모가 잠들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이희훈
"학교 끝날 시간이 되면 바깥으로 나가지를 못해요. 그 시간이면 애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거든요. 그 애들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요. 전부 다 우리 애 같으니까."
"아침마다 우리 애기가 학교 가는 시간이 되면, 멀거니 현관문만 쳐다보고 앉아 있어요. 계속 생각이 나요. 집안엔 아무도 없는데, 그냥 문만 보고 앉아 있는 거예요. 우리 애가 타던 자전거도 아직 그대로 있는데."
"부모님들 사이에선 아이가 꿈에 몇 번 나왔다는 게 이야깃거리예요. 난 두 번이나 나와서 막 자랑하고 다녔어요. 처음 나왔을 때는 아이가 내 다리를 베고 누워 있었는데 나랑 눈이 딱 마주쳤어요. 내가 물었죠. '수학여행 가서는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 애기가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그럼, 괜찮지' 하는 거예요. 그때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볼 걸. 한 번 안아주기라도 할 걸. 그러지 못한 게 지금도 후회가 돼요."
"나는 어떻게 된 게 꿈에 한 번을 안 나왔어요. 꿈에 아이가 나왔다는 부모님들이 별로 없어요. 이상하게도 그래요."
"신기한 게, 누군가가 우리들 신상을 털어서 아이들을 데려간 것 같다니까요. 누구 네는 결혼기념일, 누구 네는 엄마 생일, 누구 네는 아빠 생일, 이런 날인 경우가 진짜 많다니까요. 거의 절반이에요."
"그날이 제 생일이었어요. 이제 죽을 때까지 제 생일은 없어진 거죠. 그날 제가 어떻게 제 입에 들어가라고 케이크를 자르겠어요?"
"난 아직도 사망신고를 안 했어. 그거 하면 정말 끝인 거지. 아직도 우리 애기가 그냥 돌아올 것 같으니까. 도저히 못하겠어서 안 했어. 나중에 신고하게 되면 그때가 가장 힘들 것 같아. 그때는 정말 끝이니까."
"생각해 보세요. 세월호 같은 사고가 로또 맞는 것보다도 확률이 낮다고 하는데, 사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잖아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피해간 것뿐이라고요."
"나는 세월호 터지고 나서 우리나라에 사건 사고들이 갑자기 많이 생겨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사건 사고들은 늘 일어나는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어요."
"난 하도 억울해서 진도에서 경찰들에게 물어봤어요. '당신들은 나라를 위한 경찰이냐, 국민들을 위한 경찰이냐.' 근데 아무도 말을 안 했어요. 그러다 나이 좀 있어 보이는 경찰이 한 마디 하더라고요. '저흰 국가를 위한 경찰입니다.' 그게 이 나라의 수준이에요."
"난 아직도 사망신고를 안 했어""우린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도, 남은 애기들도, 또 애기들이 결혼해서 낳을 자식들도,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하잖아요."
"나는 부모님들 부를 때 일부러 애기들 이름으로 불러. ○○이 언니, ○○이 엄마 하는 식으로. 그래야 우리가 애기들 잊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한 친구 놈이 그러더라고요. 야, 그거 아직도 해결 안 됐어? 보상 다 받았잖아? 이제 동창회도 좀 나오고 그래. 뭐? 해결? 대체 뭐가 해결됐는데? 내가 지금 우리 애들 팔아서 장사 하냐? 너랑은 이제 절교다, 그러고 끝냈죠. 그런 말 들으니 진짜 서운하더라고요.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
"아무리 친구라도 자기가 당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거예요. 이제 다 끝난 거 아니냐고 한다니까요?"
"이제 우리도 형들 언니들 떠나보낸 동생들을 챙겨야 해. 어쩌면 우리들보다 걔들이 더 많이 힘들 수도 있어."
"우리 작은 애를 보면 항상 눈이 짓물러 있어요. 내가 보는 앞에서는 못 울고 바깥에 돌아다니면서 우는 거예요."
"우리 애기들한테 참 고마워요. 애기들 아니었으면 이렇게 누님이나 형님들 만나지도 못했겠죠. 애기들 덕분에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됐어요. 딱 하나 소망이 있다면, 우리들 사이에 애기들도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죠."
"애기들이 우릴 뭉치게 했어요. 애들 아니었으면 다른 학부모가 누군지, 옆 반 학부모들이 누군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광화문에 있을 때 엄마 부대라는 사람들이 와서 막말 할 때도 꾹 참았어요. 근데 버스 타고 국회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너무 억울한 거예요.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어요. 우리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해요?"
"'돈도 없는 것들이 경주나 가지 왜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느냐'고 하는데, 아니, 수학여행은 내가 어렸을 때도 다녀왔어요. 자식이 원하는데 그깟 제주도를 못 보내 주겠어요? 가진 걸 모두 팔아서라도, 몸을 팔아서라도 자식에게 뭐든 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그게 돈으로 얘기할 수 있는 문젠가요?"
"요새 와이프랑 딱 한 가지 때문에 싸워요. 우리 애기 방 창문 열고 청소할 때. 우리 애기 냄새 다 빠지는데 왜 창문을 여냐고. 가끔씩 우리 애기 방에서 애기가 덮고 자던 이불을 덮고 자는데요. 그러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애기 냄새 없어질까 봐 이불 펄럭이지도 못해요. 잘 때 팔을 대자로 쭉 뻗고 자요. 내 팔 베고 자고 가라고.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 애기가 들어왔다 나갔나 싶어요."
"우리 애기는 좀 일찍 나왔어요. 나중에라도 물에서 애기가 나온 부모님들한테는 축하한다고 했어요. 그러고 나면 집에 가서 펑펑 우는 거예요. 축하를 하면 뭐해요. 집에 가면 아무도 없는데."
"우리 애가 시체가 돼서 나왔는데, 아직도 물속에서 아이 못 찾은 부모님들 앞에선 죄인이 돼요. 저는 그게 너무 억울했어요. 아니, 대체 내가 왜 죄인이 돼야 해요?"
"그래도 너는 애기 만져 보기라도 했지, 난 만져 보지도 못했어. 냄새가 나든 얼굴이 상했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 자식인데? 근데 왜 만져 보지도 못하게 하냐고!"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실컷 울어보는 게 소원이에요."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도, 우리 아이 한을 풀어 주기 전에는 못 떠나요."
"다 필요 없고, 저는 그냥 우리 애기 보고 싶어요.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요. 수천 번이든 수만 번이든 욕을 먹는다고 해도, 딱 한 번만 우리 애기 보고 싶어요.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어요."
"저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라도 하고 나면 마음 속의 10% 정도는 풀리거든요. 그 풀린 10%로 또 내일 하루를 사는 거죠."
"내 소망? 우리 애기한테 뽀뽀 한 번 해 보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