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년함께, 희망살림 등이 주최한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에서 앞서 참가자들이 채무자 99명의 부채 10억 원을 소각하는 상징 의식을 치르고 있다.
김시연
"가족들이 집 앞에 붙은 '빨간 딱지' 보면 가슴 철렁합니다."채무 불이행자의 호소에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가 동참했다. 강제집행을 통보하는 '빨간딱지', 재산 압류를 통고하는 '노란 딱지', 채무 상환을 촉구하는 '하얀 딱지'를 한 채무자가 보는 앞에서 모두 찢어버린 것이다.
10억 원 빚 탕감에 기독교단체도 동참... "빚 탕감은 하나님 뜻"성경의 '희년정신'과 토지정의운동을 벌여온 '희년함께'와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망살림과 함께 '성경의 부채 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독교 목회자들은 토론회에 앞서 7년 이상 채무 불이행자 99명의 부채 10억 원을 소각하는 상징 의식도 함께 치렀다. 지난 4월부터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을 펼쳐온 희망살림 등이 최근 한 대부업체에게 기부 받은 부실 채권이었다. 많게는 한 사람당 3000~4000만 원에 달하는 큰 빚이지만 이 대부업체에 오기까지 6~7번 회전하며 채권 가격은 원금의 1~5%까지 떨어졌다(관련기사 :
7년 넘은 빚 10억 원 탕감... 99%가 99명 살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강경민 일산교회 목사는 이날 "성서에 하나님이 자비를 베푸는 방법은 자발성에 근거한 헌신과 나눔이지만 인간의 죄성을 알고 자발성에만 맡기지 않고 희년, 안식년 제도를 제도화했다"라면서 "자발성에 근거한 헌신이 우리 교회가 감당할 몫이라면 희년 정신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제도화할 것인가는 학자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종성 백석대 교수는 성경 누가복음, 마태복음 등 문헌 내용을 빚 탕감 근거로 삼았다. 정 교수는 "빚 탕감 제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핵심 개념으로 삼는다는 '주의 은혜의 해', 즉 안식년 혹은 희년 제도 선포는 사회의 최하위계층으로 떨어져 있거나 고리대금의 수탈적 압박에 짓눌려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종교적 안전장치임에 틀림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4월 출범시킨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민행복과는 거리가 먼 제도로 오히려 극빈층에서 10년간 '채권 추심을 대행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빚 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잠시 통계숫자 놀음을 마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회성 조치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교수는 "빚 탕감이 진정 효과를 거두려면 미국 '롤링 주빌리'처럼 사회단체들이 주체가 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면서 "빚 탕감이 단순히 사회복지제도를 보완하는 수박겉핥기식 일시적 처방전이 아니라 근본적인 공동체 회복의 실질적인 수단이 되려면 오늘날 금융권의 탐욕과 정부 정책의 지속적 실패를 극복하면서 개인과 가계 부채의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본소득 보장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에 약탈적 대출 책임 묻고 대출 광고도 금지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