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곡물자급률 추이(1970-2011년)2011년 곡물자급률 22.6%에 불과하다. 쌀 이외의 곡물자급률은 보리 22.5%, 두류 6.4%, 밀 6.6%, 옥수수 0.8% 등으로 대단히 낮다.
농림수산식품부(2012)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낮아도 너무 낮다. 1990년 43.1%였던 곡물자급률은 2011년 22.6%로 떨어졌다. 쌀을 빼면 5% 이하이다. OECD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 2011년에는 믿고 있던 쌀 자급률도 83%로 떨어졌다. 캐나다(180%), 프랑스(174%), 미국(125%), 독일(124%), 영국(101%)은 높은 곡물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면적은 줄고 있다. 1970년 270만6천ha였던 식량작물 재배 면적은 2010년 109만3천ha로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벼농사 재배지역 감소율이 가장 낮았지만 쌀 관세화 이후 이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쌀 수입개방은 쌀 생산 토대를 무너뜨리고, 농촌사회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집에 반려동물이 있다면 사료 메이커를 살펴보라. 뉴트리나 애견식품 아니면 퓨리나사료가 대부분일 것이다. 카길사료는 주로 소, 닭, 돼지 사료를 생산한다. 모두 카길애그리퓨리나제품이고, 이 기업은 세계 최대 곡물기업인 카길의 자회사이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1967년 한국에 진출해 송탄, 천안, 군산, 정읍, 김해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추고, 연간 150만여 톤의 사료를 생산한다. 국내 곡물 및 사료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최근 축산 농가가 치솟는 사료비로 인해 축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우 육우 전체 생산비 중 사료비 비중이 2012년 58.7%에서 2013년 61.2%로 상승한 상태다. 국제 곡물가격이 널뛰는 상황에서 국내 사료용 곡물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졌기에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농가는 사룟값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런 문제가 쌀에서도 되풀이된다는 그것은 재앙이다.
한국의 곡물사료 시장을 장악한 카길이 마지막 남은 쌀 시장에도 진출하면 우리는 식량주권을 메이저 곡물회사에 넘기게 된다. 카길은 세계최대 곡물기업으로 엄청난 자본력, 기술력, 물류를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WTO를 비롯한 미국통상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는 관세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통상압박으로 관세율이 낮아지면 수입쌀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농민 아닌 농업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청양고추 종자는 몬산토 소유다. 청양고추 종자는 IMF 이후 국내 종자회사들이 초국적 종자 기업에 매각되면서 종자의 소유권도 같이 넘어갔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돼는 작물의 26%만이 재래종이라고 한다. 토종 종자의 74%를 잃어 버린 셈이다. 몬산토는 전세계 유전자조작식품(GMO)의 90%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쌀 관세화는 몬산토에도 기회가 될 듯하다. 미국은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한 일본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상을 하면서 미국 쌀에 대한 유전자조작 검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질 검사를 받은 뒤 유전자조작 쌀이 아니라는 증명서를 첨부해야 유통할 수 있다.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쌀 관세화가 되면 유전자조작 쌀이 수입될 수도 있고, 한국에서도 유전자조작 쌀이 상업화될 여지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미 농촌진흥청도 지난해 벼에 살충성 유전자를 도입한 '벼물바구미 저항성 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도 GMO작물 개발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에 유전자조작식품의 상업화에 뛰어들 수도 있다. 식품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