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7일 오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 연향동 거리에서 자전거를 끌고다니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주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서갑원 후보가 이정현 후보를 9~11%p 정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가진 '호남의 새누리당 후보',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의 이력은 당락 여부를 떠나 이번 선거의 키워드를 이 후보로 만들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유권자 대부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후보의 이름을 자주 거론했다. 18일 만난 이아무개(56·남·공무원)씨는 "민주당, 통합진보당 모두 찍어봤는데 순천에 도움된 게 없다"며 "정권 실세라고 하니 이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17일 순천 연향동에서 만난 이아무개(77·남)씨도 "전라도에서 한 번 정도는 바뀌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청와대에서 큰 일을 했던 이 후보면 표를 줄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회사원 장영(43·남)씨는 "아버지가 누굴 찍겠다며 대놓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게 이 후보"라며 "회사 동료들도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의 대부분이 '정권 실세'를 거론하고 있지만 정작 이 후보는 '박근혜 마케팅'을 극도로 자제하며 '왕의 남자 간 대결' 구도를 꺼리는 모양새다. '예산폭탄'과 같은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박 대통령은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향한 반감이 큰 지역 정서상 오히려 박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컨셉도 '조용한 선거운동'으로 잡았다. 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빨간 조끼를 걸친 채 구형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 곳곳을 돌고 있다. 명함도 거의 돌리지 않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언론에 일정도 공개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17일 로드인터뷰를 한 것을 제외하곤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
"25년만에 새누리당 후보 당선, 이것이 진짜 발전").
지역 정가에선 "이 후보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질수록 이 후보에게 불리한 선거가 된다"며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이 봤던 2012년 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투표장에 들어가야 아는' 호남민심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키워드 ②] '노무현의 남자'의 아킬레스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