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 주민들은 매일 마을에 들어서게 될 공장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회의를 한다.
충남시사 이정구
장수마을은 저수지와 산으로 둘러싸여 풍광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고 물이 좋아 대대로 주민들이 장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마을 주민들에게 폐암, 위암, 기관지천식, 췌장암, 심혈관 질환 등 보통 시골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질병이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갈수록 민심은 흉흉해지고,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들었다.
이때 주민들은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플륨 공장을 의심했다. 이 공장에서 7년간 일했던 한 주민은 위암을 선고 받았고, 10년을 근무한 또 다른 주민은 폐암에 걸렸다.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도 하나 둘 병들어 갔다.
1991년 설립된 이 공장은 시멘트를 원료로 농업용 물길을 내주는 콘크리트 수로관을 생산하는 업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소음, 진동, 분진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또 플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유해성 물질로 의심되는 알 수 없는 희뿌연 수증기가 마을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공장에서 발생한 분진이 마을 전체를 뒤덮어 주민들이 숨 쉴 때마다 그 먼지를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20여 년간 플륨 공장은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여기에다 공장에서 생산된 플륨이 마을 공터마다 수북이 쌓여 마을의 경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정서적인 반발과 부작용이 매우 컸다.
장수마을에 고통을 안겨줬던 이 플륨 공장은 주민들의 오랜 싸움 끝에 지난 6월 조업을 중단하고 마을에서 철수했다. 마을 주민들은 플륨 공장이 떠남으로써 마을의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마을 입구에 전자부품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수마을에 난개발로 형성되는 공장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