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가스만 배출하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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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었지만, 학교에서는 계속 배가 아팠다. 오히려 이따금 찾아오는 배의 통증은 약을 먹기 전인 전날보다 더한 듯했다. 곧 설사가 나올 듯했다. 이런 식의 통증은 밀려오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장염이라는 게 원래 이런 병인가? 약 한 번 먹어서 낫는 병이 아닌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또다시 참는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전날 조퇴를 했는데 오늘 또 '병원에 가겠습니다'라면서 조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바로 화장실에 앉았다. 설사의 상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냥 '검은(!) 물'이었다. '건더기(?)'가 없었다. 이런 설사가 두세 번 반복됐다. 문득 '이런 걸 지금까지 참아왔던 내가 참 장하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나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내일은 괜찮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나는 혹심한 배의 통증에 시달렸다. 약을 먹었는데도 이러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가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려던 찰나, 아직 아이들은 여기저기 모여 떠들며 놀고 있었다. 당시 나는 3분단 맨 마지막 줄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이런 틈을 타 '가스'라도 한 번 배출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비스듬히 바닥을 향하게 하고 힘 조절을 잘하면 별 무리 없이 가스를 배출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가스 배출 시도를 감행했다.
그런데… 아뿔싸. 가스가 아닌 액체가, 설사가 찔끔 나오고야 말았다. 문제는 '냄새'였다.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하수구보다 더한 역겨운 냄새가 났다. 장염 5일째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냄새는 곧 교실 전체로 번져 나갔다. 교실의 아이들은 "누구냐" "쌌냐?" 소리를 연발하며 괴로워했다. 그런데 냄새가 워낙 삽시간에 교실 전체로 번져나간 탓에 범인이 나라는 사실을 다들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곧 5교시 시작종이 울렸고, 수학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 역시 "이게 무슨 냄새냐"라고 하며 교실의 창문을 전부 열게 했다.
특명! '내가 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