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 진주시 진주여고 앞에 위치한 문구점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얼마 전, 오랫동안 운영되던 신안동에 있던 문구점이 없어지고 그곳에 편의점이 들어섰다. 없어진 자리에는 '얘들아, 미안하다. 점포 정리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없어진 문구점은 비단 이곳 한 곳뿐만이 아니다. 많은 문구점이 세탁소로, 편의점으로, 카페로, 학원으로, 분식집으로 점포정리를 하거나 업종 변경을 했다.
아마 대부분 사람에게는 학교 앞 문구점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만물창고로 느껴졌을 그곳에서 파는 병아리, 장수풍뎅이를 키우거나 100원 하나로 대박을 뽑아 기뻐하고, 작은 팽이 하나를 보고 실망하기도 하고, 딱지를, 연예인 지갑카드를, 학 종이를 사서 친구들과 놀고, 우리들의 혀를 빨갛게 파랗게 물들이던 각종 불량식품들을 먹었다. 그리고 준비물을 잃어버려 헐레벌떡 달려가던 그 학교 앞 문구점. 그런 문구점이 요즘 사라져 가고 있다.
2012~2013년, tVN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가 케이블 방송 주 시청자층인 10대~30대뿐만 아니라 40~50대까지 인기를 끈 이유는 바로 지금은 사라져 버린 것들이나 장소를 다루어서 향수를 자극한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점이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뒤돌아보면 대형할인마트나 대형문구체인점 등의 벽을 넘지 못해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의 문구점을 영상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이미 학교 앞 문구점의 수는 적다. 경상대사설부설고, 명신고, 경해여고, 진주제일여고 주변에는 문구점이 아예 없고, 기공, 대아고, 중앙고 주위에는 한 곳이 있다. 중앙고는 원래 한 곳의 문구점이 더 있었지만 얼마 전에 업종 변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진양고, 동명, 진주고 두 곳, 마지막으로 삼현여고와 진주여고는 가장 많은 세 곳의 문구점이 있다고 한다.
진주여고 주위에 있던 문구점은 원래 네 곳이었지만 그곳 역시 작년에 업종 변경을 했다. 안 그래도 많지 않은 문구점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사실이 점점 우리에게 와 닿고 있는 것이다. 문구점이 사라진 학교 앞은 편의점이나 체인 분식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없어지는 추억의 장소는 문구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화책을 빌려보던 만화방이나 작은 동네서점들 역시 사라져 가고 있다. 최근 신안동에 있는 서점이 카페로 변했고, 만화책방 한 곳 역시 세탁소로 변했다. 서점 또한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더 많은 우리의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지기 전에 오늘 한번 찾아가서 추억을 되새겨보며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내 친구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솔미(진주여고2)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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