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잊지 않을께'세월호침몰사고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를 향한 도보 행진에서 시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이희훈
이런 경우들을 세세하게 법으로 규정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이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배려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해 다른 일반 학생들과 대학입학 전형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게 하자, 또는 적어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표현일 것이다. 정원 외 특별전형은 사회적 약자 등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할 특별한 대상에 대한 배려라는 정책적 필요에 따라서 제도로 정착된 것이다.
단원고 특별전형이 기존 여러 특별 전형과 다른 점은 특별법을 통해 한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피해자에 대한 정원 외 특별전형은 서해교전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안전행정부가 입안한 '서해5도 지원특별법'에 따른 '서해5도 특별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 특별법에 따른 전형에 의하여 각 대학들은 해마다 입학정원의 1% 이내에서 정원 외로 서해5도 거주자 자녀와 희생자 자녀들을 선발할 수 있는데, 현재 인하대와 인천대, 목포해양대, 동덕여대, 관동대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서해5도 특별 전형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단원고 특별전형도 앞서 언급한 서해5도 특별전형과 목적이나 형식, 규모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왜 세월호 피해자들인 단원고 학생들에게 적용하려는 정원 외 특별전형은 특혜라고 하는가. 피해의 정도로 따지더라도 단원고 학생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할 수 없다.
이미 단원고 학생들은 충분히 아팠다. 사랑하는 친구들을, 아끼던 후배들을 잃은 것만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경험했고, 자기들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또 한 번 땅이 꺼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 학생들이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죽음의 원인이라도 밝혀달라고 그 멀리 안산에서 걸어서 서울 여의도를 찾았다. 그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울부짖고 있고 우리 사회의 무책임함에 분노하고 있다.
국회, 하루 빨리 단원고 특별전형 통과시켜야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분노를 삭여주는 게 우리 사회의 몫이고, 어른들의 책임이다. 단원고 학생들이, 유족들이 먼저 단원고 특별전형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당장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 그리고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말도 꺼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직접 말하지 않았더라도 사회가 먼저 그들을 보듬어야 한다. 단원고 특별전형은 우리 사회가 그들의 죽음과 슬픔을 함께 하고 보듬겠다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다. 이것도 못 하겠다면 우리는 세월호를 말할 자격이 없고, 세월호 이후의 국가 개조를 언급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그들이 말하지도 않은 특별전형을 사회에서 먼저 꺼내놓고 형평성을 이유로 다시 집어넣는 것은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고,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정원 내도 아니고 정원외 1%라서 다른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강제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대학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비슷한 선례도 이미 있고, 20개에 가까운 정원외 특별전형이 특별한 정책적 필요에 의해 제도로 시행되고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도 단원고의 생존자들, 세월호의 유족들은 충분히 아프다. 국회는, 청와대는 지금까지 너무 큰 상처를 줬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두 번 죽었다. 이제 단원고 특별전형 논란은 덮고 하루 빨리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15일 국회 상임위 통과).
오히려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1%밖에 배려해 주지 못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정말로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이 대한민국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되고,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 개조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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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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