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땅밟기 선교를 하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도, 가르침도 심지어 그의 죽음마저 배반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사랑했다.
픽사베이
지난 4일 인도의 불교 성지 마하보디 사원에서 소수의 개신교도들이 일명 '땅밟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관련 기사 :
개신교인 '땅밟기' 파문...인도 불교사원서 찬송가 불러) 땅밟기란, 구약성서로부터 기원한 말로, 기독교 유일신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며 타종교를 제국주의적으로 흡수하려는 행위다.
땅밟기 선교 활동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도 일부 신자들이 한국 봉은사 내에서 땅밟기의 일환으로 개신교 행사를 강행했다. 이 사태로 인해 기독교는 한동안 한국 종교계 내에서 무수한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비신자뿐만이 아니라 개신교 내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발생한다. 결국 자국도 아닌 외국의 불교 성지에서까지 계속되는 상황이 됐다. 기독교의 구원자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는데 무엇이 구원자 예수를 땅밟기 종교의 우두머리로 만든 것일까?
유대민족이 만들어 낸 강력한 신 본래 기독교의 성서는 유대민족의 정신사가 담긴 문서로부터 시작됐다. 지리를 살펴보면, 유대민족의 땅인 이스라엘은 근동아시아 국가 사이의 거의 모든 육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고대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상업 유통망을 장악하기 위해서나 군사적으로 고대 근동아시아의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땅이 반드시 필요했다.
유대민족은 이스라엘을 신이 유대인들에게 약속한 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땅은 전쟁을 불러들이는 땅이었다. 이집트와 페니키아, 메소포타미아의 제국들이 근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싸울 때, 그 한복판에서 유대민족은 숱한 전쟁에 시달렸다. 포로로 잡혀가고, 수탈당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팔려가는 현실을 늘 견뎌내야만 했다.
물리적 수탈과 함께 강국들의 문화가 유입되면서 민족의 정체성이 위협 받았다. 역사를 돌아보면 고유한 민족 문화가 지배국의 문화에 흡수되는 사례가 여럿 있다.
더욱이 당시는 종교와 국가 그리고 민족이 단일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던 시대였다. 강국의 선진 문화가 민족 정체성을 해체한다는 것은 곧 민족의 종말을 의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구축해 나가면서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다. 외세의 침략과 강국의 문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종교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민족은 자신들의 신에게 타국의 신을 뛰어넘는 힘을 요구했다. 이렇게 완성된 신은 강력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다. 급기야 자신 이외의 모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유일신 사상과 민족주의가 결합된다. 유대민족은 신에게 선택 받은 민족이다. 이렇게 고착화된 선민사상은 현대의 개신교 정신에도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근동아시아의 패권이 그리스 문화권으로 넘어가면서 유대민족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한다. 알렉산더 시대와 로마 제국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어섰다. 이는 다채로운 문화들이 공존하는 헬레니즘의 태동을 의미한다. 코스모폴리탄, 곧 우주의 시민이 거주하는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세상의 모든 길이 통하는 로마제국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대의 강력한 정체성과 로마의 보편적 정체성이 혼재하는 바로 이 시기에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이자 목수의 아들 예수가 태어났다. 심지어 예수의 제자였던 사도 바울은 로마시민권을 획득한 유대인이었다. 로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로마의 정신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