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쪽방은 한 겨울 추위만큼 한 여름 무더위도 무섭다.
충남시사 이정구
어찌하다 보니 시간도 흐르고 복지직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아산시에 새 터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 정옥순씨 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미 자궁암 수술을 경험했던 그녀의 몸에 위암까지 발병해 수술을 해야 했다. 위암 수술을 한 이후부터 그녀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원인 모를 심한 안구 통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안구 통증과 함께 시각 능력 저하로 사물에 대한 구분도 못 하는 상황이다. 현재 그녀는 1초 이상 사물을 집중해서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1초에 1회 이상 눈을 깜박인다. 그녀가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다.
2010년 어느 날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던 윤종관씨는 9m 높이의 전신주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내장이 파열되고, 부러진 갈비뼈에 장기 곳곳을 찔렸으나 대수술 끝에 간신히 목숨만은 건졌다. 현재 의술로는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병원은 윤씨를 퇴원시켰다. 그러나 윤씨는 끔찍한 통증 때문에 단 하루도 진통제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그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숨 쉴 때마다 신음소리를 낸다. 하지마비로 하루 종일 누워서 앓는 것이 일상인 그는 추락사고 후유증으로 온 몸의 통증과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삶이 두려운 장애인 부부의 위험한 상상윤종관씨는 사고로 하지가 마비돼 지체장애인이 됐다. 아내 정옥순씨는 자궁암과 위암수술로 체력이 고갈되고 시각장애까지 안고 살아야 한다. 이들을 부양해 줄 가족 한 명 없다. 생활비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부부장애 지원금 7만 원 등 15만 원이 전부다.
이들이 기거하는 쪽방 임대료 15만 원도 몇 달째 밀려있다. 나머지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은 말할 것도 없다. 전화요금도 내지 못해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다. 안면 있는 이웃들에게 5만 원, 10만 원 조금씩 빌린 돈도 갚을 길이 막막하다.
현재 두 장애인 부부는 쪽방에서 세상과 단절돼 있다. 아파도 견디고, 배고파도 견디고, 외로워도 견뎌야 한다. 그나마 이 쪽방도 월세를 내지 못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이들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한 상상을 한다. 실제로 정옥순씨는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 이 험난한 세상과 이별을 준비했다고 한다. 얼마 전 삶을 비관해 세상을 떠난 세 모녀 사건이 연상됐다.
이들 부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들은 자신의 집을 찾은 기자가 더울까봐 이미 자신들에게는 일상 생활인 더위를 걱정했다. 또 시원한 물 한 컵을 내밀며, 변변하게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돈 빌린 이웃과 임대료를 못 내 집주인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쪽방에서 병마에 시달리는 이들 장애인 부부에게 이 사회는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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