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공사를 하자 오래 땅속에 살아있다가 혼자서 발아된 가시연의 모습 . 잎이 큰 것은 2미터도 된다고 한다.
김학섭
경포늪 복원공사(2008~2012)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모습이 되리라고는 짐작이라도 했을까. 인간이 파괴된 자연을 돌려주자 자연은 무서운 속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자연의 복원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지난 13일 아침 8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경포호수 산책길을 나서기로 했다. 이미 날씨는 아침부터 28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늘도 폭염이라고 하니 더워지기 전에 복원된 경포늪을 한 바퀴 돌아볼 작정이었다. 길을 나서니 이미 등에 땀이 솟았다.
강문에 이르니 바다에서 밀려 오는 비릿한 바다내음이 상큼하게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심호흡을 해본다. 도시에서 찌든 공해가 맑은 공기를 마시자 말끔하게 씻겨 나가는 것 같다. 강문에서 호수로 통하는 곳에 바닷물이 서서히 밀려 온다.
바람이 살랑거리자 호수에 잔물결이 인다. 새들이 물결을 타고 여유롭게 떠다닌다. 비릿한 바닷내음, 송정 솔밭에서 풍겨오는 향기로운 솔향기. 나는 가슴에 묵었던 체증이 한꺼번에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대관령도 아름답다.
거울 같이 맑다고 해서 붙여진 경포호수, 복원 전만 해도 호수는 흙탕물처럼 탁했다. 1970년대 모 소설가가 '강릉의 삼다'로 바람이 세고, 여자 정조관념이 흐리고, 호수는 흙탕물이라고 문학지에 수필을 발표해 말썽이 생긴 적도 있다. 지금 이 맑은 물을 보면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