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2학년 5반은 담임선생님인 이해봉 교사와 26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5반 학부모들은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희생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단체 티셔츠 뒷면에 새겼다.
유성애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2학년 5반은 담임선생님인 이해봉 교사와 26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수학여행에 나선 반 전체인원 36명 가운데 희생자는 27명에 이른다. 5반 학부모들은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단체 티셔츠 뒷면에 새겼다. 유족들은 "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자"며 오는 24일(참사 100일)까지 1000만명을 목표로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고 있다. 국민대책회의 측에 따르면 7월 12일 현재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약 400만명에 달한다.
"유족이라는 게 죄인"... '보상금 목적이냐'는 말에 상처받는 유족들 아이를 잃은 단원고 학부모들은 서로의 이름을 잘 몰랐다. 그저 'OO엄마', 'OO아빠'라 서로를 부르며 나이차에 따라 언니, 형 등의 호칭을 쓰고 있었다. 오전 출근길 선전전 후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을 때도 한 마디 대화 없이 식사를 하던 이들은, 잠시 시민단체에서 제공한 숙소에 들어와서야 긴장을 풀고 웃기 시작했다.
이들은 동그랗게 둘러앉아 "언니네 쪽은 김밥만 먹었어? 우린 콩나물국밥 먹었는데, 이쪽으로 오지~"라며 살갑게 서로를 챙기는가 하면, 방 한 켠에서 안산에 남아있는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병원 가는 거 알지? 엄마 없어도 잊지 말고 가야해"라며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다. 동진이 어머니는 "유족이라는 게 죄인 같아, 뭘 먹고 싶다고 함부로 말도 못하겠고"라며 낮게 읊조렸다.
서명운동 중 만나는 사람들은 유족에게 "힘내시라"며 응원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민성아빠' 김홍열씨는 "어제 저녁에는 나이 지긋한 노신사 두 분이 와서 '새끼들이 놀러가다가 죽은 걸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리냐, 보상금이 목적이냐'고 해 싸움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되레 유족들을 질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유족들이 이런 불편한 눈초리를 애써 외면하며 참는 이유는 하나다. '완준이 아빠' 김필성씨는 "그러다가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유족에 대한 시선은 더 안 좋아지고 서명운동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것 아니냐"며 "(그런 말이) 상처가 되더라도 세월호 사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는 최대한 참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