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방송중인 티브이 드라마티브이는 드라마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티브이 방송 중에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나와 비슷하거나 커다란 갭을 지닌 출연자들의 생활방식과, 그들의 성공과 좌절, 갈등에 환호하는 것은 우리 삶이 그리 낭만적이지 만은 않기 때문 아닐까?
김승한
속으로 생각했다.
'참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걸 다 외우고 있을까?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아님 친구 중에 탤런트가 있나?'
받아쓰기가 끝났다.
"서동아, 잘 했고 낼도 오늘처럼 하면 돼. 알았지?"네, 낼 백 점 맞을래요.""그래 그래."난 뉴스가 보고 싶어졌다. 월드컵 경기도 궁금하고, 류현진이 어떻게 공을 던졌는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뉴스 보면 안 될까?""조용히 해!"아내는 단호했다.
내가 시무룩해 하자, 서동이가 카드놀이하자며 나를 졸라댄다. 둘째 효동이는 내 머리 위로 올라왔다. 난 아이들과 한참을 씨름했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밥 샵'이 팔을 조르고 암바를 하듯 우리는 열정적으로 서로를 헛점을 찾아 누르고 꺾고 몸을 뒤집었다. 이내 힘들어서 종목을 바꿨다. 가위 바위 보하며 꿀밤도 때렸다. 서동이 이마가 벌겋게 올라왔다. 금방이라도 울 것 마냥 눈물을 글썽인다.
이때 아내를 보았다. 빨래를 개고 있다. 난 기회다 싶어 리모컨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메시'랑 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티브이에서 아나운서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네, 오늘 류현진이 3회를 넘기지 못하고……. "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
"채널 돌리지 마! 나 지금 보고 있단 말이야."빨래 개면서 무슨 텔레비전을 본단 말인가. 아내를 졸랐다.
"이거만 볼게. 응?""잠깐이야, 알았지?"겨우 허락을 받아서 스포츠 뉴스를 보고 리모컨을 넘겨주었다.
아내의 티브이를 향한 사랑과 애정은 정말 무한에 가깝다. 텔레비전을 틀어놓으면 안방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설거지 하면서도, 화장하면서도 다 듣고 있나보다. 옷 정리하러 안방에 들어간 사이 난 조용히 채널을 돌렸다.
"채널 돌리지 말라니까!"아내의 신공은 거의 초능력에 가깝다. 군대 면제받은 사람을 '신의 아들'이라 했던가? 아내는 신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모든 드라마의 방송시간과 채널번호, 내용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다. 어찌 신이 아니면 가능할까?
아이들 재워놓고 잠이 오지 않아 거실로 나와서 무심코 아내와 같이 텔레비전을 보았다. 드라마 내용을 잘 몰라서 난 물었다.
"쟤 왜 저러는 거야?""응,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었대.""저 아줌마는 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안달이지?""20년 전에 살인 사건이 있었어."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집 아줌마는 왜 이렇게 모르는 게 없어요?"라고 묻자, 아내는 웃으며 "그냥, 그냥 아는 거야"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