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원전? 그건 공상이야, 왜냐면..."

[서평] 원전 폐해 제대로 보여준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등록 2014.07.11 11:13수정 2014.12.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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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돌연변이들의 충격적인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습니다. 꼭 봐야 한다면서 아내가 보내준 사진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괴상한 동·식물들이 다 방사능 누출 때문이란 거야?"


우리는 방사능 유출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자세히는 잘 알지 못합니다.

원전과 방사능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처음으로 읽은 책이 바로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라는 게르트 로젠크란츠의 저서입니다. 저자는 금속학 전공자로 베를린에 있는 '독일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원전사고? 문제는 '지속성'이야!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표지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표지시금치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지진해일이 덮쳤습니다. 자연재해지요. 이로 인해 냉각펌프가 정지되고 수소폭발이 발생했으며 6개 원자로 중 3개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않는 정도로 대비를 다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의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그 당시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2년 2월 29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수위가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고질적으로 영속될 것'이라고 프랑스의 방사능 방어 및 핵안전 연구소(IRSN)가 28일 경고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식물을 접합니다.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닌 듯합니다. 원전과 방사능 유출의 위험성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집어든 책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는 제게 돌연변이 동식물 사진들보다 더 많은 충격을 줬습니다. 정확한 근거와 학술적 견해를 가지고 원전의 위험성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원전들이 인위적이든 자연재해든 간에 사고에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아직 완전히 안전한 핵폐기물 저장 공간은 없다며 핵폐기물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습니다. 핵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원자력이 자연과 기후를 보호하는 청정에너지라는 홍보도 거짓이라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원전사고들

지난 2006년 스웨덴 포스막 원전사고는 전기기술자들의 일상적인 정비작업 중 변압장치 합선이 일어나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가 특히 위험했던 점은 핵 연쇄반응을 조절하는 조절봉의 위치와 원자로 용기 안의 냉각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이 노심에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비슷한 사고로 영국 셀라필드의 재처리시설 사고, 일본 몬주의 고속 증식로와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 사고, 헝가리 팍스 원전사고, 독일의 부른스뷔텔 원전사고와 엘베 강변의 크렘멜 원전사고 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정확한 사고 원인을 설명하지 못해 매우 심각합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세상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원전 직원들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300킬로미터 인근에 도쿄 인구밀집지역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원전사고는 아래와 같습니다.

▲ 1957년 러시아의 카슈팀 원전에서 핵폐기물 저장고가 폭발 ▲ 1957년 영국의 윈드스케일 원전의 원자로 화재 ▲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의 노심용융을 부른 기계 오작동 ▲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원자로의 화재와 폭발 ▲ 1988년 프랑스 시보 원전 가압경수로 잔열배출 시스템의 관 파열 ▲ 1999년과 2002년 영국 세라필드 재처리시설과 일본 원전 운영사인 텝코의 자료 조작사건이 있습니다.

또 ▲ 2001년 프랑스 카테노 원전 핵연료봉 파손사고 ▲ 2001년 독일 브룬스뷔텔 원전 수소폭발 사고 ▲ 2002년 미국 데이비스-베스 원전 압력용기 대규모 부식사고 ▲ 2003년 헝가리 팍스 원전 방사성 폐연료봉 과열사고 ▲ 2007년 지진으로 인한 일본 가시와자키 원전 변압기 화재사고 ▲ 2007년과 2009년 독일 크륌멜 원전 변압기 화재사고 ▲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파손과 폭발사고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전사고도 예외가 아닙니다.

고리원전의 경우 ▲ 1988년 원전 근무자의 임파선암 사망사건과 핵폐기물 불법매립 사건 ▲ 1995년 폐기물 저장고 주변에 100배의 방사능 노출사고 ▲ 1998년 1호기 핵연료봉 손상사고 ▲ 2001년 2기 핵연료봉 42개 손상사고, 1․3호기도 연달아 손상 ▲ 2010년 신고리 1호기 냉각수 밸브가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월성 원전의 경우 ▲ 1984년 1호기 중수누출과 고압 보호관 파열사고 ▲ 1988년 중수누출사고 ▲ 1994년과 1995년 냉각제 밸브 사고와 1997년 시운전 중인 중수기가 누출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영광 원전의 경우 ▲ 199519961997년 핵연료봉손상 및 냉각수 누출사고 ▲ 2000년, 지난 1988년 당시 방사능 누출사고 보수작업 중 310명이 피폭 사고 ▲ 2002~2004년 사이 방사능 폐수가 5000톤씩 두 차례나 바다로 흐르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울진 원전의 경우 ▲ 1999년 8.28톤의 방사능 냉각수가 누출되어 노동자들이 방사능에 피폭되는 사고 ▲  2001·2002년 핵연료봉 손상사고 ▲ 2002년 증기발생기 파손으로 45톤의 냉각수가 탈루되는 심각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 사고를 축소은폐하려는 시도까지 있었습니다.

참 무섭죠. 그런데도 원자력의 가치를 안전과 맞물려 주장하는 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사고가 일어난다 해도 주민들은 아주 편한 마음으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낮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직장에 돌아올 수 있게 될 것이다."(본문 25쪽)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원자로 사고가 있을 때마다 기술을 보완·발전했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워크 어웨이' 같은 신형 원자로를 개발해서 수동제어가 아닌 자동제어로 안전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서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한마디로 오만방자한 말이라고 일축합니다. 기술사학자 요하임 라트카우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재앙적인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원자력 발전소는 하나의 공상에 불과하다. 원자력 발전소들은 위기 때마다 사람들을 계속 우롱해왔지만, 공상과 같은 이런 원자력 발전소는 단 한 차례도 현실화되지 않았다."(본문 26쪽)

처리시설 하나 없는 핵폐기물의 위험성

다행히 원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폐기물 처리 문제가 남습니다. 원전사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적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이었습니다. 급기야 2004년 주민투표까지 붙여졌고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승리했습니다. 현재 핵폐기장은 경주에 건설 중입니다.

원전 작업복, 휴지, 장갑, 폐부품 등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천층처분을 하는데 약 10미터 깊이의 트렌치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어 저장합니다. 사용 후 연료같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지하 500~1000미터의 암반에 저장합니다. 아직 이런 방식을 시도하거나 경험한 나라는 없습니다.

원전의 원자순화, 즉 '연료주기'를 꿈꾸는 이들은 핵분열을 통한 재처리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핵폐기물은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극히 소량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오히려 재처리가 되는 핵폐기물이 극히 소량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핵폐기물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안의 임시 저장소에 방치하는 실정입니다.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고 가동할 준비가 완료된 고준위 방사능의 최종 핵폐기물 처리장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착륙할 곳도 모른 채 날렵하게 항공을 날아오른 '핵 추진'이라는 비행체가 진짜로 착륙할 곳이 없는 꼴이 된 셈이다."(본문 66쪽)

세계 어느 곳에도 핵폐기물 최종 처리장이 없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일입니까. 경주에 건설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저장소일 뿐입니다. 핀란드에 고준위 방사능 핵폐기물 처리시설이 건설 중인데 2020년부터 가동된다고 합니다. 세계 원자력의 19%를 이용하는 미국조차 네바다주 유카산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려했으나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계획을 동결했습니다.

원전사고 혹은 처리시설의 미비로 인한 방사능 누출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원자력이 자연을 보호하고 지구온난화를 막는다는 생각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세계전력수요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14.8%에서 2020년에는 9.1%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원전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전사고라는 재앙에 비하면 미미한 장점이라고 주장합니다. 낡은 원전의 수명 연장도 사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한 가장 활발하게 원전 공사를 진행 중인 중국의 건설 현장조차 무방비로 방치된 '공사장 폐허' 상태라고 지적합니다.

한 마디로 미래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더 이상 경제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위험한 원전을 없애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 올라온 일본의 돌연변이 동식물들을 볼 때마다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책은 우리나라의 핵 반대 운동의 역사와 핵 반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들의 명단을 부록으로 달고 있네요.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와 역자들 소개
저자 : 게르트 로젠크란츠

저자 게르트 로젠크란츠는 대학에서 금속학을 전공한 뒤 70년대 말에 스투트가르트에 있는 막스 프랑크 연구소에서 금속을 연구했고, 1979년에 스투트가르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 스투트가르트에 있는 호엔하임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신문학을 공부했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타케스차이퉁(=매일신문)에서 편집장으로 일했고,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독일의 대표적인 잡지 슈피겔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이후에 남독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디 보헤(=더 위크지), 디 차이트에서 프리랜스 기자로 일했다. 2004년부터 베를린에 있는 '독일 환경단체(DEUTSCHEN UMWELTHILFE)'에서 정치&언론 부서를 이끌어가고 있다.

역자 : 박진희

역자 박진희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공과대학에서 과학기술사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교양교육원 조교수로 재직하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환경, 에너지 기술 분야의 역사와 관련 정책에 대한 과학기술사적 연구와 기술과 여성의 연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근현대 과학기술과 삶의 변화>(공저), <초록 눈으로 세상 읽기>(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적 경제 기적> <환경의 세기> 등이 있다.

역자 : 정계화

역자 정계화는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정치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빛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공역)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게르트 로젠크란츠 지음/ 박진희, 정계화 번역/ 시금치 출판/ 2011년 초판/ 199쪽/ 값 12000원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 지구 곳곳이 후쿠시마다

게르트 로젠크란츠 지음, 박진희.정계화 옮김,
시금치, 2011


#원자력발전소 #원전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게르트 로젠크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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