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경북 영주의 정도전 사당 모현사, 경북 영천의 정도전 배향 임고서원, 경북 구미의 길재 추모 정자 채미정
정만진
선인교 나린 물이 자하동에 흐르로니반천 년 왕업이 물소래뿐이로다아해야 고국 흥망을 일러 무삼하리요연속극 <정도전>이 끝났다. 그런데 <정도전>을 즐겨보던 사람들 중에는 "정도전이 경북 사람이었어?"라면서 놀라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대구·경북 지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도전은 경북 사람이다. 당연히 정도전의 고향인 영주시 이산면 신암리에는 그를 기리는 사당 모현사가 건립돼 있다. 물론 그의 생가터인 영주시 가흥동 9-29에는 2008년에 복원된 '삼판서 고택'도 있다.
삼판서 고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 세 분의 판서가 연이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 공민왕 때 정운경(정도전의 아버지), 그의 사위인 황유정, 황유정의 외손자 김담이 바로 그들이다. 정도전은 이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몽주와 정도전 모두 이색의 제자정도전은 정몽주와 함께 이색의 문하생이었다. 하지만 고려를 개혁하려던 정몽주와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했던 정도전의 정치적 노선은 무척 달랐다. 결국 정몽주는 정도전과 뜻을 같이했던 이방원에게 피살됐다. 그런데 정몽주 또한 경북 사람이다.
정몽주는 영천시 임고면 우항리 1044-5번지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그의 출생지에는 집은 사라졌지만, 정몽주의 효행을 기려 1389년(공민왕 1)에 건립된 '효자리' 비석이 남아 있다. 임고면 양항리 462번지의 임고서원 또한 볼만한 답사지다.
이이화는 자신의 저서 <한국사 이야기>에서 정몽주를 삼은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몽주는 숨어 사는 생활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색·길재·이숭인을 고려 말의 삼은으로 지칭하는 듯하다.
길재와 이숭인 역시 경북 사람이다. 이숭인의 묘소는 성주에 있고, 길재는 구미에 있다. 특히 구미에는 길재를 기려 1768년(영조 44)에 세워진 정자 채미정이 있고, 길재가 숨어 지냈다는 동굴 도선굴이 금오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줄곧 이끌고 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