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중인 녹색당 고대 모임지방선거 기간에는 학교 주변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전형우
녹색당 고려대 모임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한다. 당적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당원이 아닌 사람도 섞여 있다. 올해 갓 입학한 새내기부터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까지 모였다. 고정적으로 참석하는 10여 명 외에도 심심해서 한 번 들려보는 사람, 신기해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
모임에 참석하는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대학 생활 동안 스펙 쌓기만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다. 사회 참여는 하고 싶은데 학생회는 자신이랑 잘 맞지 않는다는 친구,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잉여, 취직 못하고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청년 백수들이 주된 구성원이다.
녹색당 고려대 모임은 아무 것도 정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도 별다른 것이 없다. 그때그때 만나서 구성원들이 원하는 활동을 한다. 생태주의와 관련된 활동이면 더 좋겠지만 꼭 관련이 없어도 누군가 '말하는 대로' 한다.
방학 때는 <녹색평론> 읽기모임을 확장 시켜 생태주의와 녹색정치의 관한 세미나를 하기로 했다. 정해진 커리큘럼은 없다. 한두 번 읽을거리만 정해두고, 그 이후에 읽을 책은 다음 모임에서 정하기로 했다. 선배들이 던져준 커리큘럼에 따라 빡세게 학습하던 시대는 갔다. 우리의 세미나는 서로 읽고 싶은 책을 말하면, 같이 읽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교 안에서 무엇을 해볼까누군가 공부만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우리는 행동도 한다. '가벼운' 행동이 많다. 함께 자전거 타기, 월요일마다 채식해보기, 텀블러 사용하면서 주변 카페에 할인 요구하기, 버려진 땅에 '게릴라 가드닝' 하기 등을 논의했다.
학교가 생태적 전환을 하도록 요구하는 '무거운' 활동도 있다. "더 싸고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학생식당이 될 수는 없을까" "연세대는 생활협동조합이 있는데 고려대는 왜 없을까" "서울시립대에는 공동텃밭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왜 없는가" "학교의 조명을 LED로 바꾸고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도록 요구하자" 등의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정당에 대한 고민도 한다. "학교에 기업은 들어오는데 정당은 왜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정당이라도 학생들의 자치조직이라면 학교 강의실을 빌릴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학생들의 정당 조직이면 자치 공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자유로운 집회를 보장해야 한다" 등의 말을 주고받는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시간이 좀 더 난다면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물론 바쁘거나 좀 귀찮으면 그냥 모여서 밥만 먹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