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그린 의원의 소식을 보도한 BBC 기사
BBC 누리집 갈무리
지난 8일(현지 시각) BBC 뉴스는 영국 노팅엄셔주의 너텔(Nuthall)이라는 한 교구의회(Parish Council)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븐 그린(49, 남) 의원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그린 의원은 2012년 임기 4년의 너텔지역 교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BBC의 보도는, 그린 의원이 모금 활동을 벌여 자기 지역구의 파손된 도로를 수리하는 등의 일을 하며 지역구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린 의원은 또 지역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장애인도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구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감동을 주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그린 의원 지역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인 피터 테일러씨는 B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린 의원을 보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이 도움만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린 의원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역구민을 위한 그린 의원의 다양한 의정활동은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도 좋은 역할 모델이 될 것입니다."
행정 교구의회란? |
영국에서 가장 작은 지방자치기관. 영국 전체 인구의 약 1/3을 관장하고 있고, 영국연방 중 잉글랜드(England)에만 약 8700개의 행정 교구의회가 있다.
인구가 100명 미만인 곳부터 7만 명이 넘는 곳까지 있다. 5명에서 20명 정도의 의원들이 있으며, 예산은 거의 없는 곳부터 100만 파운드(약 18억 원)가 넘는 곳까지 있다. 재원은 수수료·서비스 이용료나 부가세 징수를 통해 조달한다.
의회는 주로 다양한 지역시설의 보급, 유지 및 관리와 지역계획의 수립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일을 한다. 의원들은 소액의 기본수당과 출장비 등을 받고 집행직 의원들은 특별 직무수당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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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의원은 의사소통에 약간의 장애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 그린빌 그린씨가 그의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린빌 그린씨는 지역구 상황을 수시로 아들에게 설명해준다. 그러면 그린 의원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숙고한 후 의회에 나가 다른 의원들에게 발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또 그린 의원의 아버지는 그린 의원이 지역구를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며 의사소통을 도와준다. 특히 처음 만나는 지역구민은 그린 의원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아버지가 그린 의원의 말을 친절히 '통역'해준다. 은퇴한 아버지가 장애가 있는 아들 의원을 위해 비서, 대변인, 통역사 등 다양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린 의원의 지지자인 피터 핸리 존스 성공회 신부는 BBC 인터뷰에서 "처음 그린 의원을 만나면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린 의원은 만날수록 인품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를 볼 때마다 '정말 우리 지역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의원이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린 의원은 2005년에도 이 지역 교구의회 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낙심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였다. 그리고 7년 후인 2012년 10월 그린 의원은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다운증후군 장애인으로 교구의원에 당선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당시 그린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제가 태어나고 평생 자란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좀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위에 많은 분들이 제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버지 그린빌 그린씨는 "의원 당선은 아들이 이룬 큰 성취 중 하나입니다. 아들이 28세가 되던 1993년 아내가 죽고 아들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번 의원에 당선된 아들을 보니 너무 기쁩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그린 의원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역할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