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시신 인양작업을 마친 잠수사들이 언딘 리베로 바지선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시 언딘 리베로호에 있었던 잠수사 A씨는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기 전에, 해군 혹은 해경 쪽에서 '대통령 격려 현장에 민간 잠수사는 2~3명만 나오라'고 했다"면서 "이 때문에 나머지 잠수사들은 기분이 나빠서 2층으로 올라와 있었는데, 바지선에 온 청와대 경호원들이 '대통령이 지나가니까 거기 있지 말고,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리베로호 2층에는 선실도 있고 밖으로 노출돼 난간이 설치된 부분도 있는데, 2층 바깥에 있던 잠수사들에게 청와대 경호원이 "거기 있지 말고 안에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잠수사는 이어 "대통령이 격려를 한 순서도 우리랑 유가족은 맨 끝이었다"며 "당시는 물때가 아니어서 잠수는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격려받은 잠수사 빼고 나머지 20명 정도는 대통령이 갈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안에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실종자 선체 수색에서 가장 최일선은 민간 잠수사다. 해경 잠수사와 민간 잠수사가 2인 1조로 잠수를 할 때에도 해경은 선체 밖에 있고, 실제로 선체 안을 수색하고 시신을 수습해 나오는 건 민간 잠수사의 몫이다. 대통령의 구조현장 격려에 2~3명만 나오라는 푸대접에 화가 났는데, 청와대 경호원까지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해 잠수사들이 격앙됐다는 얘기다.
A 잠수사와 함께 언딘 리베로호에서 작업했던 잠수사 B씨는 지난 8일 전화인터뷰에서 "청와대 사람들이 와서 대통령 떠날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하니까 잠수사들이 '우리가 여기서 구조 작업하는 사람들인 줄은 알고 이러느냐'고 항의했다"면서 "청와대 사람은 '위에서 지시한 대로 할 뿐'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B 잠수사는 "우리가 구조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인데, 격려받는 사람들은 주로 해경과 해군이라 나도 기분이 상당히 나빴고 다른 잠수사들도 화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B 잠수사는 "그땐 '수색구조 격려인데, 왜 수색구조를 하는 우리가 대통령 얼굴도 못 보게 하느냐'고 생각했다"면서도 "좀 지나고 나니 '어차피 조카 같은 아이들 건져내려고 와 있으니 대통령 얼굴 보면 어떻고 안 보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신경 안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A잠수사도 "불만은 많았지만, 다들 구조는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경호실 "통제 최소화했지만 2층 인원 '순간 통제'는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