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2008년부터 최 집행위원장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인천여성영화제를 사회적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해 10월, 사회적 기업이자 생태주의 난타 퍼포먼스 그룹인 <노리단>의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을 꿈꾸다'에 참석한 이후 시작한 고민이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 살자'가 목표인 인천여성회 회원들. 곧 사회적경제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의 성원과 지지로 2012년 4월, 영화제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해 상근자 5명의 인건비를 지원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현재 상근 9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 집행위원장은 이 사회적 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건비 지원은 80%로, 나머지는 사업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아직 임금체불은 된 적 없지만 사업 아이템이 부족해서 쉬운 상황은 아니죠."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으려면 매출액, 사회공헌 실적, 대표자의 운영마인드, 고용 비율 등 갖춰야할 게 많다. 다행히 인천여성영화제는 다양한 행사와 사업으로 매출실적이 높은 편이다. 영상과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상근자가 많아 홍보 영상 제작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학교나 각종 단체의 영상교육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덩치 불리기보다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영화제"영화제를 10회 내리 진행하다 보니 국제영화제나 아시아영화제로 확대해야 하지 않냐고 질문을 많이 받아요. 반대로 우리는 오히려 지역 영화제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지역주민과 호흡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목표이기도 하고, 그걸 훼손하면서 외적 확장을 바라진 않습니다."인천여성영화제는 현재 '달리는 영화상자'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상영과 영상교육을 할 수 있는 장비를 트럭에 싣고 아파트 단지나 도시텃밭, 시골이나 섬마을, 학교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 영화를 매개로 시민들과 더욱 밀착하려고 한다.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인 '달리는 영화상자'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다른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죠. 또한 영화는 어떤 사람과 어떤 공간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자기가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영화를 보면 할 수 있는 얘기가 훨씬 많아요. 영화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서로 말문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프로젝트는 영상을 교육하고, 주민들과 마을이야기를 나눈 뒤 그것을 소재로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보는 식으로 진행한다. 모든 교육과 영상 제작이 끝난 저녁 시간엔 주민들이 제작한 영상을 틀어 함께 공유한다.
페미니스트 지역 미디어 활동가, 더 나은 영화제를 꿈꾸다인천여성영화제 식구인 상근자 아홉 명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근무한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지만, 시간에 매어있진 않다. 영화에 대한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사무실을 떠나 다양한 외근을 하도록 한다. 대신 매주 1회 학습과 토론을 겸한 공부시간은 꽤 치열하다. 한 달에 한 번은 재밌는 놀이와 함께 야외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거듭된 토론을 통해 상근자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했어요. '페미니스트 지역 미디어 활동가'라고요. 쉽지 않죠. 생소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아직 두려워하는 상근자도 있지만, 지향은 분명히 결정 했습니다."최 집행위원장에게 '페미니스트'에 대해 질문하자, 그녀는 대답 대신 '공부 하라'고 권했다.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자기 편의대로 듣고 해석하는 기자들을 많이 봐왔다는 그녀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남성의 권리를 짓누르거나 훼손하진 않아요. 모든 인간의 자유를 추구하는게 기본정신인거죠. 특히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소수자와 약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배려하고, 모든 억압과 착취를 반대하는 겁니다.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아닌 인간적, 인권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미디어와 문화라는 무기를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 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되고자 팀워크를 만들어갑니다"10년, 또 다른 시작... 내가 없어도 쭉 계속될 것"객관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다큐멘터리도 객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 대단히 주관적이에요. 영상교육을 한다는 건 자기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어떤 건지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말하는 힘을 키우는 거죠. 객관적인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내 시선으로 보되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죠"최 집행위원장은 영상이라는 매체가 그런 힘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녀는 "영상교육을 하다보면 타인을 찍기도 하지만 자기를 찍기도 해요, 카메라로 '또 다른 나'와 마주하는데,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라고 전했다. 신기하게도, 평상시에는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게 어색하다가도 카메라를 진솔한 대화를 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을 카메라라는 필터에 넣고 진짜 '나'와 만나게 되는 것.
"평소에 엄마와 대화하는 게 어색했는데 일주일간 같이 지낼 기회가 생겼어요. 카메라로 엄마를 찍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나중에 엄마가 '카메라랑 잘 놀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진솔한 이야기가 나온거죠. 그동안 못 나눴던 얘기를 많이 했어요"10주년을 맞아 인천여성영화제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늦은 밤까지 영화를 상영하는 미드나잇시네마와 지금까지 반응이 좋았던 영화를 다시 상영하는 행사도 한다. 또한 10년 동안 자원활동가나 스태프로 영화제에 도움을 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파티와 포럼도 기획했다. 그녀가 인천여성영화제의 10년을 되돌아 보며 말했다.
"10년. 뭔가 정리하고 되돌아 볼 만큼 오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 친구가 '10년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엔 조금 충격이었지만, 생각해보니 10은 시작하는 숫자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했어요. 제가 없어도 인천여성영화제는 계속 나아갈 겁니다"제 10회 인천여성영화제는 오는 10일 개막해 13일 폐막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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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제로 확대? 오히려 지역에 집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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