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무더위에 축쳐진 화천시장에 생기가 돋는다.
김종성
다음 날, 붕어섬을 나오다가 마주친 관광 안내소에서 오늘이 (매 3일, 8일) 화천 오일장날이라는 정보를 듣고 바로 버스 터미널 앞 시장으로 갔다. 붕어섬 입구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데 운영 방식이 특이하다. 대여비 만 원에 하루 종일 탈 수 있고, 자전거를 반납할 때 만 원 어치의 화천사랑 상품권을 준다. 상품권은 화천 어디서나 심지어 택시탈 때도 쓸 수 있단다.
자전거길도 '산소길'이라 부를 정도로 청정지역 화천이다보니 과일 특히 빨간 산딸기와 뽕나무의 열매 까만 오디가 풍성하다. 천 원에 종이컵에 한가득 파는 산딸기와 오디, 쫄깃한 삶은 옥수수로 아침 식사를 하니 강원도의 힘이 생겨났는지 뜨거운 여름날씨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날의 자전거 여행자에게 보약과도 같은 토마토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큰 바구니 단위로 팔아 입맛만 다시다가 용기를 내어 한 상인 아저씨에게 천 원 어치 두 어 개만 살 수 있겠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별 대답도 없이 아저씨는 리어카 밑에서 주섬주섬 거리더니 토마토를 넣은 까만 봉지를 건넸다. 한 눈에 보아도 너 덧 개를 넣어준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여행하다 먹으려고 자전거 짐가방에 넣었다. 몇 시간 후 토마토를 먹으려고 꺼낸 까만 봉지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무려 아홉개의 토마토가 들어있었다. 순간 새까맣게 그을린데다 겨울 참나무처럼 단단하고 마른 토마토 장수 아저씨의 팔뚝이 떠올라 마음이 찡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는 동안 기능성 천으로 가린 얼굴과 팔은 타지 않았는데 반바지를 입은 다리만 까맣게 탔다. 화천에선 아무래도 화상을 입을 것 같아 버스 터미널 대합실 의자에 앉아 썬크림을 꺼내 열심히 장딴지에 발랐다. 옆에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할머니 한 분이 '어디 다쳤냐?'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을 건네시는 바람에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햇볕에 덜 타게 하는 화장품이라며 할머니도 한 번 바르세요 하고 권했더니 쪼글쪼글 주름진 입가에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으셨다.
한낮 더위에도 숨쉬기가 편한, 화천 산소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