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아. 시험 끝났다."
5일간의 기말고사가 드디어 끝났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이번 중간·기말고사는 다른 시험보다 중요하다. 내신 반영 비율이 대체로 1학년과 2학년이 각각 20%, 30%인 반면 3학년은 40%나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재수생이 아니라면 3학년 성적이 1학기만 반영되므로 학생들은 이번 시험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시험이기 때문일까. 이번 시험은 이상하게도 내 정신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7월 4일에 있던 일이다. 그날 시험 과목은 '동아시아사'였다.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읽어본 순간 머리가 띵 했다.
'무슨 문제가 이렇게 어렵다냐.'
나름 해당 과목을 잘한다고 했는데도 문제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도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가며 문제를 풀었다. 집으로 돌아와 채점해 보니 79점. 맞으리라 생각한 문제가 4개나 틀렸다.
▲ 거짓말이 아니다. 교내 사이트 답안지 게시글에 이런 댓글도 달았었으니. ⓒ 오준승
"헐. 망했네."
나는 망연자실했다. 저번 중간고사 1등급이 거의 90점대 초반이었으니 이번 시험이 그것보다 어렵다 해도 80점대 중반이리라.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켜오던 1등급 놓치면 그 충격이 장난 아니다. 얼 빠지게 드러누워 있다가 평소에 쓰지도 않던 바이올린을 켰다. 그렇게 토요일도, 일요일도 그냥 허송세월 하며 지나갔다.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속으로 "1등급 받게 해주세요"라고 하면서.
그렇게 월요일이 왔다.
"준승아. 너 1등급."
"네?"
결과적으로 난 1등급을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알고보니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풀기에 어려운 문제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어렵다"는 진리가. 수능에서나 적용된다는 그 법칙 말이다.
내 정신을 들었다 놓았다 한 일련의 사건. 1등급 받았으니 좋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어째 시험 친 이후의 일들을 생각해보니 뭔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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